[농민칼럼] 쌀값이 정말 부담되냐?

  • 입력 2018.09.22 06:00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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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방극완(전북 남원)

간만에 타지에 사는 친구들이 남원에 와서 저녁을 먹는다.

“<백종원의 4대천왕>에 나온 고깃집에 가자.”

간만에 어려서 많이 먹던 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먹고 식사를 시킨다.

“공기밥 주세요”라는 말에 “소면이나 냉면을 먹어야지 고기 먹을 줄 모른다”고 면박 아닌 면박을 준다.

2차 가서 한 잔 더 하고 있는데 고기 좀 먹을 줄 안다는 녀석이 “쌀값이 많이 올라서 좀 괜찮지?”라며 운을 떼자 난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서 쌀값이 부담되냐?”고 물었다. 취기가 올라와서인지 몰라도 고기를 먹을 줄 모른 놈이어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툭 던졌다.

5년 전 가격으로 이제야 회복한 것을 두고 올랐다고 이야기한다. 예전 같으면 쌀값을 다양한 다른 품목들과 비교하며 설득하려 했겠지만 올해부터는 핵심만 이야기하기로 맘먹어서 직구를 던진 것이다.

“네가 먹는 1년치 쌀값이 얼마일 것 같냐?” 100만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한 금액이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양곡소비량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1.8kg이라고 한다. 5년마다 쌀 목표가격을 정하는 해이기도 해서 쌀값 1kg당 3,000원 해서 80kg기준 24만원은 돼야 된다고 하니 그나마 산수를 잊지 않는 녀석이 20만원이 안 넘는다고 이야기하고 12달로 나누니 2만원이 조금 안된다고 하니 잠시 침묵이 흐른다.

“맛있는 식당은 맛집이라고 하고 쌀은 싸서 쌀값인가?” 친구 놈의 농담에 이야기를 이어간다. “우리 학교 다닐 때도 생각해 보면 공기밥이 1,000원이었던 것 같아.” 학교 다닐 때가 벌써 20년 전이다.

매년 오르는 물가에 농자재값 또한 당연히 같이 오르는데 왜 쌀값은 좀 오르면 안되는 것인가?

남자 4명이 모이니 군대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전쟁이 났을 때도 무기만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고 당연히 먹으면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매주 진행된 안보교육시간에 식량안보 관련 교육을 들어보지도, 해보지도 못한 것 같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군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민들도 식량안보의 주역임은 틀림없는데 언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 본 적 있는가?

연봉이 노동자들의 몸값이듯 쌀 목표가격은 농민들의 몸값이다. 목표가격에 따라 변동직불금 지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연봉협상은 1년에 한 번씩 최저임금 등을 기반으로 진행하지만 쌀 목표가격은 5년에 한 번씩 진행한다. 그럼 당연히 5년 동안 오를 것을 계산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밥 한 공기 쌀값 300원(1kg이면 10공기 정도가 나온다)하자는 이야기가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농민들을 그 정도 대접해주는 게 어려운 일인지 되묻고 싶다.

과수농사를 짓다보니 품종을 고를 때 5년 후 정도에 성목이 되니 그때의 흐름을 대충 읽어야 한다. 당연히 지금 인기 있는 품종이 5년 후에도 인기가 있을 확률이 높기는 하지만 한번 심으면 20년은 써먹어야하기에 품종선택에 신중한 것이 당연하다. 다양한 선배들의 조언도 듣고 최근 품종별 가격도 대충 분석하고 그런 후에 묘목상에 가격협상을 한다. 신품종은 다소 비쌀 수 있어도 멀리보고 구입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쌀 목표가격 상승에 별 말이 없다. 쌀 뿐만 아니라 농업의 농자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듣지 못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통일의 기반을 닦는 게 당연히 중요하고 통일 후 우리 민족이 함께 먹을 먹거리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추석이 다가온다. 벌초 예초기 소리가 온 산에 울리고 시골에선 손님 맞을 준비로 바쁘다.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둘러앉으면 올해는 쌀값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친구들을 만나서도 말이다.

진짜 쌀값이 부담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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