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자 발표]

  • 입력 2018.09.22 05:5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리 :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8일 국회 외원회관에서 열린 ‘농산물 제값받기와 가격안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8일 국회 외원회관에서 열린 ‘농산물 제값받기와 가격안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가격안정 이루겠다며 수급물량 예측도 못한 정부”

이무진(전농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 해남 겨울채소 재배농가)

해남에서 논 2만여평과 밭 1만여평 전체에 친환경인증을 받아 농사짓고 있다. 문제는 관행농산물 가격이 폭등·폭락을 계속하면서 친환경농산물 가격도 영향을 받아 종잡을 수 없이 폭등·폭락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농산물 가격안정만이 전체 농민의 삶을 보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 4월 마늘, 양파 가격 폭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에서 이전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과 회의만 10번 넘게 했다.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농식품부와 통계청 등 어떤 정부기관도 농산물이 얼마나 생산됐는지, 얼마나 생산될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예측·파악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농민들도 양파가 얼마나 생산되고 공급되는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정부기관들이 그걸 몰랐던 것이다. 그 와중에 채소가격안정 예산은 올해 179억원에서 내년 161억원으로 줄었다.

농식품부는 최소한 주산지가 명확한 작물에 대해선 일정 정도 주산단지에 수급예측 관련 사업 분배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식품부와 지방정부가 같이 문제를 풀면서 일정 정도의 수급대책을 만들 수 있고, 생산자조직을 꾸려 그 조직이 지방과 중앙에서의 가격 결정에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남지역 농민들은 ‘전남형 주요작물 조정제’ 도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제도는 가격안정제와 연계해 채소작물 면적 축소 시 농지에 식량작물을 재배하면 소득 차액의 80%를 보전한다는 게 골자이다. 이 내용을 갖고 다음달 전남도 농정위원회에서 공식 문제 제기해 합의하며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 단위 사업주체 통해 수급조절, 농가 판로 책임져야”

장경호(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가격 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의 출발점은 재배면적을 안정화시키는 일이다. 문제는 품목별로 수천, 수만 농가가 분포돼 있는데 그걸 자율적으로 조정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분산돼 있는 농가들을 대표할 전국 단위 사업주체가 농가와 계약, 약정을 맺으며 면적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법적으로 최저가격 보장제가 마련돼 있으나 최근 10여년 간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그만큼 최저가격 이하로 가격이 떨어질 일이 없다는 건데, 그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전국 단위 품목별 연합회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급 및 판매 시 생산자 입장에서 가격결정권을 행사하고 지나치게 가격이 하락하는 걸 막는다. 그러면서도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폭리를 취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품목별 연합회가 한다.

개별 농민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사업체에 참여하게 만들 유인책은 최저가격에 대한 보장이다. 그리고 품목별 연합회나 전국 단위 사업주체가 약정과 계약으로 농민 판로를 책임지는 게 중요하다. 이익이 나면 그 일부를 적립하고, 손실이 나면 적립한 이익금에서 손실분을 충당하고, 손실이 너무 크면 정부 농안기금 등에서 일부 메꿔주는 등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 80%의 농산물 유통경로는 대형할인점 및 도매시장인데, 유통망을 쥔 일부 대기업과 다수의 출하자 간 교섭력 차이가 크다. 출하자들이 불리한 불공정 거래이다. 아울러 경매 위주의 거래 체계도 생산자 입장에선 불공정 거래일 수밖에 없다. 공정경제라는 정부 기조에 맞게 전국 단위 사업주체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채소수급안정제, 정부 지원 확대해야”

한송록(농협경제지주 원예사업단장)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선 적정 생산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한 생산 이전 단계의 수급조절을 생산자 뿐 아니라 정부, 지자체, 생산자단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농협경제지주에서도 수급안정 관련 대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수급안정사업 대상 품목 16가지에 대해 과잉생산으로 가격 하락, 또는 하락 예상 시 과잉물량을 수매하고 시장격리를 실시한다. 수급안정사업 대상 이외 품목인 매실, 떫은 감, 당근 등에 대해서도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공동사업비를 조성해 시장진입 물량조절 및 소비촉진, 자율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채소수급안정제의 수급안정사업비 상 농협 부담률 경감을 이야기하고 싶다. 대부분의 농협은 기존 적립금으로 사업비를 납부하나, 지속적인 사업추진 및 물량 확대 시 적립금 고갈, 또는 초과가 예상된다. 따라서 사업농협의 부담률을 경감하고 정부의 매칭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현행 분담률은 정부 30%, 지자체 30%, 농협 20%(경제지주 10%, 사업농협 10%), 농가 20%인데, 정부가 40%, 농협경제지주가 10%를 분담하고 사업농협 분담률은 경감하자는 것이다. 일본 지정채소 가격안정제의 경우 정부 40%, 지자체 40%, 생산자·단체 20%의 분담률을 보인다.

또한 수급안정사업 품목을 확대하고, 시장 투명성 강화를 위해 마늘의 상장경매가 필요하다. 그 동안 수급에 의한 가격형성이 아닌 중도매인 결정가격이 정책을 반영했고, 독과점하는 주요 상인에 의해 도매가격과 산지가격이 왜곡돼 온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농산물 고정 공급채널 늘리도록 노력하겠다”

이정삼(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다. 우선 미국의 ‘파카법(PACA, The Perishable Agricultural Commodities Act)’처럼 중간유통인들이 자신들의 거래내역을 공개하고 중간에서 부당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2012년에 이 미국식 모델 도입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열 번 스무 번 찾아가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농산물 유통 관련 내용을 집어넣었다. 이 법을 개정하면서 700여 가지의 불공정사례를 발견했다. 이처럼 중간유통 과정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는 데 대한 방안을 더 강구할 필요가 있다. 원예농산물 중 일반소비자가 소비하는 건 40% 수준이며, 나머지 60%는 외식업체, 대형 식재료업체, 대기업 등이 소비하는 상황에서 이들과 공정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농산물의 제값을 받을 수 있다.

확실한 건 지금의 경매는 정상적인 경매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매 체계는 구매하는 중도매인이 항상 같은 생산자의 물건을 구매한다. 이건 경매가 아닌 반강제적 정가수매로, 새로운 농민이 도매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농민이 가격결정을 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늘려가도록 노력하겠다.

판로 개척과 관련해,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군 공공급식에 대해 양질의 지역먹거리 급식을 시행하란 지시가 떨어졌다. 또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국산 김치를 고정적으로 집어넣는 데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농산물을 연중 고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채널이 20~30%만 늘어도 도매시장 가격체계 방식이 이쪽을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농가규모별 유통정책 차별화 고민해야”

윤석원(중앙대 명예교수) 좌장

농산물 가격문제와 유통문제는 수십년 전부터 이야기돼 왔다. 그럼에도 아직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오래된 이 문제로 인해 농민들은 현장에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언론에선 ‘잘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나 어려운 농민들 이야기는 거의 안 한다.

이무진 위원장은 농식품부, 통계청 등 정부기관의 수급량 통계 미비 문제를 이야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수급량 통계를 다루는 센터를 만들어 10여년 동안 관측하고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걸 예측 못 한다는 것인가? 이 문제를 잘 알아봐줬으면 한다. 생산량과 관련해선 현장 농민들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관련 공무원들은 농민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어야 한다.

장경호 소장 말마따나 20년 전부터 농산물 가격안정 대안에 대해 이야기해왔는데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것도 참 답답하다. 특히 가락시장 경매제도는 없애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농안법에서 그와 관련된 내용을 바꿀 생각은 없는 것인가? 장단점이 있지만 급등락 시 농민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제도가 경매제도이다. 유럽과 미국에선 경매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경매제도를 주된 가격결정체계로 쓰고 있다. 경매제도 관련 논의 또한 수십년 된 논의건만 아직도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있다.

각 농가규모에 맞춘 별도의 유통정책도 필요하다. 대·중·소규모 농가가 제각각 다른 출하환경에서 농산물을 공급한다. 대규모 생산농가와 중소농에 대한 가격안정 방식이 같을 수는 없다. 이 모든 농가들에 평균적인 유통·가격정책을 펼칠 시 중소농이 불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