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발표 2]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돈이 대박인 농촌

충북 진천 수박농가 이해자 농민

  • 입력 2018.09.21 20:26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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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충북 진천에서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이해자 농민은 얼마 전 경남 진주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한 한 여성농민의 소식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급식비, 책값, 기숙사비를 막으려고 여름수박이 나오면 갚겠다며 주 단위로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야했던 지난날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년 전 처음 수박농사를 시작할 때 이씨의 밭은 시설이 없는 노지였다. 옆 동네에서 곁순이 뭔지 적과가 뭔지 하나하나 농사를 배워가던 이씨에게 수박의 가격이란 ‘운임과 각종 수수료를 제하고 나니 찾은 돈이 없어 수많은 울분을 쏟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처연함’이었다고 했다.

어떤 해에는 1,000평 노지에서 4월부터 7월까지 꼬박 농사지어 번 돈이 50만원인 적도 있었다. 노지농사를 시설농사로 전환하고 비교적 수박의 가격도 예측이 가능해졌지만 잘 받아봐야 1통에 만원 안팎이었다. 그렇게 20년이 흐른 지금도 이씨는 수박 한 통에 만원을 이야기하고 있는 농민의 현실을 전했다.

“시설하우스 한 동 면적이 200평이니까 대충 수박 400개를 수확한다고 치면 동당 400만원의 매출이 나온다. 만원만 받아도 농자재 등 모든 경비를 제하면 농민에게 남는 이익은 100만원 정도다. 수박농가들에게 올해 하우스 한 동에 400만원 받았는지, 지난해에는 그랬는지, 내년에는 가능하다고 묻는다면 그냥 헛웃음을 칠 것이다.”

이씨가 농사를 짓는 덕산면은 진천에서도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도 산지거래도 비교적 잘 되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가격 등락이 심해 산지거래는 끊기다시피 했고 농협에 출하를 해도 동당 매출이 200만~250만원에 그쳤다.

이씨도 수박만으로는 생계가 막막해 농사짓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팔기 위한 고추농사를 지었다. 남는 땅 300평에 심은 고추는 평년작 이상을 수확했고 동네 사람들은 “대박을 쳤다”고 했단다. 고추농사 300평 대박을 친 이씨 수중에 남은 돈은 500만원이었다.

이씨는 “수박농사에 비하면 완전 대박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최저 생계비를 따져도 500만원은 넘는다. 그러니 대박이 아니라 쪽박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민이 좀 더 대접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실체를 인정받았으면 한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 등골이 휘는 것은 농민이고 소비자인 국민”이라며 “이제라도 국가와 정부가 시장에, 초국적 농기업에 내버려둔 농산물 가격 정책을 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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