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발표 1] 40년 농사, 12억원 빚만 남았다

강원도 춘천 토마토농가 이재환 농민

  • 입력 2018.09.21 20:23
  • 수정 2018.09.21 20:52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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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강원도 춘천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이재환씨. 40년 가까이 농사를 지은 그에게 남은 것은 12억원의 빚뿐이다.

1980년 한우 후계자로 농사를 시작한 이 농민은 1987년부터 1만5,000평의 밭에서 더덕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kg당 2만~3만원을 호가하던 더덕 가격이 7,000원대로 주저앉은 건 당시 농림부 관료들이 중국산 더덕의 수입을 주도하면서 부터였다. 이후 1992년 황기로 작목을 전환하고 밭의 규모도 5만평으로 늘렸지만 이 역시 중국산 수입으로 가격이 폭락했다.

이씨는 “하소연할 곳도 없고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더덕에 이어 황기 농사도 접었다. 1999년부터 토마토 하우스 8,000평을 시작하고 이듬해에는 15만평 규모의 시설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중국산 김치가 수입되면서 하나도 팔지 못하고 밭은 갈아엎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씨는 2014년 시설하우스 3,000평을 설치해 현재까지 외국인노동자 5명과 함께 봄·가을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춘천 토마토는 적당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품질을 자랑한다. 그래서 토마토는 1980년대 정부의 수입개방 정책 이후 외국 농산물이 물밀 듯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춘천 농업을 지지해주던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비료 값이 오르고 비닐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농자재 값은 날로 비싸지는데 토마토 가격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을 하건 폭락을 하건 농민의 소득은 꾸준히 감소했다. 순수익은 고사하고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봐야 적자가 나니 부모님이 물려준 땅마저 다 내어주고는 야반도주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음독에 이르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씨는 “도매시장에 가보면 농산물 가격이 하루아침 사이에 1만~2만원을 오르내린다. 그런데 소비자가격은 한 번 오르면 요지부동인데 이걸 누가 잡아야할까. 모처럼 가격이 좋으면 가격을 안정시킨다며 시장에 개입하던 정부는 농산물 가격 폭락에는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토마토 한 상자를 2,000원에 판 적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춘천에 스마트팜 밸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토마토 가격이 하락하니까 육묘장에서는 선입금을 하지 않으면 씨앗을 맡아주지 않겠다는 게 현실”이라며 “농업문제는 생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입개방과 유통에 있다. 정부는 몇 천억원을 들여 ‘스마트’하게 사기 칠 생각 말고 유통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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