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군민에게 남북교류 시작은 경원선 복원

남북교류 염원 품고 옛 철원역사 풀 깎아

  • 입력 2018.09.21 19:05
  • 수정 2018.09.21 19:06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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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옛 철원역. 풀이 깎이면서 철로가 드러난다. 오른쪽 부지에 2층 역사가 있었고, 왼쪽 높은 곳이 승강장이었다. 역사와 승강장을 잇는 고가다리로 승객들이 이동했다.
옛 철원역. 풀이 깎이면서 철로가 드러난다. 오른쪽 부지에 2층 역사가 있었고, 왼쪽 높은 곳이 승강장이었다. 역사와 승강장을 잇는 고가다리로 승객들이 이동했다.

막바지에 이른 가을걷이로 들판은 휑하지만 옛 철원역 광장엔 풀이 빽빽하다. ‘위이잉’ 예초기 칼날에 녹슨 철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란히 오던 두 개의 선로가 하나는 원산으로, 하나는 금강산으로 나뉘어진다. 남북정상회담이 잘 돼 경원선과 금강산선이 복원되길 바라며 옛 철원역의 풀을 깎자고 철원주민들이 모였다.

풀밭 한 가운데 우뚝 선 ‘경원선 복원 상징탑’ 앞에서 김갑수 군의원은 “2004년에 경원선 복원을 위해 침목 보내기운동을 했다. 주민들 참여로 성금이 꽤 모였는데 복원 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경원선의 심장 역할을 했던 철원역에 상징탑을 세웠다”며 감개무량한 기색을 보였다.

용산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은 1914년 8월 16일에 개통됐다. 총 223.7km로 지하자원과 농수산물 등 물류교류를 담당한 국가기간망이었으나 6.25전쟁 이후 신탄리역에서 평강역 구간이 끊겼다. 철원군민들은 경원선 복원을 위해 2003년부터 청와대와 국회 등으로 청원을 넣었다. 그 여망이 받아들여져 2007년부터 신탄리역과 백마고지역을 잇는 사업이 시작돼 2012년에 완공됐다. 2015년에 추가 복원 사업이 추진됐으나 2016년에 중단됐다.

김용석 철새마을 사무국장은 “로컬푸드장터인 ‘DMZ 마켓’에서 짚풀마차를 운행한다. 철원의 풍광을 즐기며 역사이야기도 들으며 철원역까지 오는 코스인데, 남북교류를 앞두고 남다른 여정이 될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철원역사 둘레는 두루미가 선호하는 월동지기도 하다. 최종수 철원두루미협의체 사무국장은 “조선이 하나였을 때는 동물들도 남철원 북철원 가리지 않고 다녔다. 분단되고 철조망이 쳐지면서 사람도 동물도 나뉘어졌다. 생명의 이동통로가 단절된 것이다. 그럼에도 자연은 계속 번식해왔고,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가 교류 이후의 숙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풀 깎기 행사를 제안한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은 “철원군민에게 남북교류의 시작은 경원선 복원이다. 교류라는 게 결국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다.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우리 마음도 닫히고 철원역사에는 풀만 우거졌다. 풀을 깎으며 군민의 소망을 밝히고 싶었다”고 취지를 전했다.

지난 19일 남북이 합의한 군사분야 협력내용에 따르면 DMZ 내 공동유해발굴사업이 추진된다. 철원과 김화, 평강을 잇는 ‘철의 삼각지’가 유력하며, 지뢰제거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경원선과 금강산선, 3번국도 연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경원선의 출발점인 용산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상황이라 철원군민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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