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양곡 익산·진천·무안·안동지사는 지금

익산지사, 시설투자 70억원 ‘환골탈태’ … 변화 있지만 농민조합원 배려 운영 필요

  • 입력 2018.09.21 18:52
  • 수정 2018.09.21 18:5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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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쌀 판매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5년 3월 설립한 ‘농협양곡’에 대한 우려의 눈길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 초기지만 지난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한데다 거점양곡센터 인수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에 농협양곡의 쌀 판매사업과 거점양곡센터 현황, 전문가들의 분석 등 4회에 걸친 기획보도를 통해 농협양곡의 현 주소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농협양곡 진단

1. 농협양곡 쌀사업 현황

2. 농협양곡 익산·진천·무안·안동지사는 지금

3. 부여군통합RPC 인수 둘러싼 논란

4. 농협양곡 어디로 가야하나?

농협양곡의 현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선 농협양곡이 인수한 거점양곡센터의 현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농협양곡은 지난 2016년 전북 익산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 충북 진천, 올해 1월 전남 무안, 경북 안동 등의 통합RPC를 인수했다.

관심이 집중되는 지사는 아무래도 1호 지사인 익산지사다. 농협양곡 인수 이후 2년이 흐른 터라 타 지사보다 변화의 폭이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김구호 익산지사장은 “상전벽해를 넘어 환골탈태의 변화가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익산지사는 인수 이전까진 적자로 인해 노후화된 시설을 교체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내년까지 70억원을 투자해 벼 건조·저장시설 등 모든 시설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한다. 김 지사장은 “농가에서도 수매 시에 편리하고 지사에서도 미질 관리가 용이해졌다”고 평가했다.

익산지사는 인수 이전엔 보통 4~5억원 정도의 적자를 봤지만 인수 이후 2017년엔 2억원으로 적자의 폭을 줄였고, 올해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160억원이었던 매출액을 올해 190억원으로 잡았다. 전년대비 30억원(19%)이 증가한 수치다.

김 지사장은 “매출액은 쌀값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더 중요한 건 벼를 가공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음을 나타내는 가동률”이라며 가동률 증가에 큰 의미를 뒀다. 인수 이전엔 가동률이 51~54%를 오갔지만 지난해 64%로 대폭 증가했고, 올해는 70% 이상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수매량도 늘어 농가에서 반긴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장은 “새 판로가 관건인데 농협양곡 초기엔 마케팅부서가 하나였지만 계통마케팅팀, 대외마케팅1·2팀, 식자재사업팀, 신사업팀 등 많이 만들어서 도움을 주고 있다”며 “매출액의 60%는 식자재 등 도매로, 25%는 온라인, 계통판매는 5%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지사장은 또한 기존 지역농협이 우려했던 계통판매로 인한 경합과 관련해선 “우리가 들어가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계통판매보다는 자체 개발한 새 판로를 주로 공략하고 있다”며 “초기엔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1호 지사가 계통판매에 안 들어오는 걸 보면서 염려가 줄었다”고 전했다.

또한 수매가 결정 등 지사 운영과 관련해선 인수 전과 크게 달라지 않았다고 한다. 일상적인 소통을 통해 출자농협 조합장들의 의견을 대체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의결기관은 아니지만 출자농협 조합장과 시청 관계자, 농민단체, 전북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운영협의회도 운영 중이다. 다만 올해는 일정이 맞지 않아 개최하지 못했다고 한다.

진천지사의 경우는 이제 막 인수 1년이 지났다. 인수 전까진 매년 적게는 8,000만원부터 3억원까지 흑자를 내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흑자 RPC였다. 진천지사는 지난해도 3억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그 정도 흑자가 기대된다고 한다. 지난해 222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250억원이었지만 현재 200억원 정도가 예상된다.

유재득 진천지사 본부장은 “진천의 경우 지대가 높아 쌀 농사가 주된 지역이 아니다보니 원료곡의 외부 매입이 이뤄져왔는데 인수 이후 지사간 원료곡 수급이 좋아졌고, 인사와 급여 등 농협양곡으로의 행정일원화로 판매 등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진천지사는 인수 과정에서 농민단체가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수매물량과 수매가 결정에 대한 농민 의사 반영을 요구한 것이다. 진천지사의 경우 당시 지역에서 수매가가 높은 축에 속하는 청원통합RPC를 기준으로 삼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현재 수매 전 지역조합장 간담회를 열고 있다.

다만 진천 농민들은 인수 전까지 흑자에 따른 지역농협 출자배당이 이뤄졌지만 인수 이후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출자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짚었다.

무안지사는 인수 전인 2012년 45억원을 들여 현대화시설을 하고선 지난 6년간 매년 6~7억원 가까이 적자를 봐왔다. 쌀값도 문제였지만 시설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도 부담이 됐다. 지난해 말 인수를 앞두고 불가피하게 1억6,000~7,000만원의 손실처리가 발생해 적자는 8억원을 기록했다.

김옥현 무안지사장은 “현재 기준 2억1,000만원 정도의 흑자를 내고 있다”며 “농협양곡으로 가면서 인건비 등 비용절감이 됐고, 2020년이면 시설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끝날 것으로 예상돼 경영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인수로 인한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유인즉슨 농협양곡이 마케팅을 통해 대부분의 물량을 팔아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10% 선에 불과해서다. 무안지사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160억원이다.

무안지사의 경우 수매가는 전남도 평균가로 하고 있으며 수매량은 예전엔 줄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받고 있어 농민들의 이렇다 할 문제제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지사장도 “무안군농민회가 서울에서 농민대회를 하면 가장 많이 가는데 문제가 있으면 벌써 난리가 났다”며 큰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안동지사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190억원이다. 최진식 안동지사 팀장은 “농협양곡으로 인수되며 협력이 이뤄지는데다 정부에서 쌀값지지 의지도 있고 남북관계도 좋아지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수매가 결정은 경북 관내 평균가 이상으로 하고 있고, 기존 지역농협에서 하던 구조와 마찬가지로 수매 전 협의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양곡 각 지사별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체적으로 변화가 있지만 농민들의 입장에선 여전히 수매가 결정과 운영 등에 배제되고 있다. 일부 지사에선 운영협의회를 거치지만 의견수렴일 뿐 공식 의결권이 있는 건 아니다. 이는 농협양곡의 인수 당시부터 예견됐던 바다. 결국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올해야 쌀값이 그나마 이전보단 나은 편이라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언제라도 쌀값이 곤두박질친다면 농민들의 성토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투명한 운영 공개 등 지역농협 농민조합원을 배려하는 지사 운영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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