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희망 만드는 농촌협동조합⑦] 전북 장수 초록누리협동조합
[지역의 희망 만드는 농촌협동조합⑦] 전북 장수 초록누리협동조합
  • 관리자
  • 승인 2018.09.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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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진화로 지속가능한 지역을 꿈꾸다
공모사업에서 벗어난 자립형 운영구조 … 지역 청년에 좋은 일자리 마련 포부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서다. 매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지키며 지역에서 희망을 만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현주소를 조명하고자 한다.

지난 14일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가 열린 가운데 박진희 초록누리협동조합 기획이사(오른쪽)가 조합원과 함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수 가야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14일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가 열린 가운데 박진희 초록누리협동조합 기획이사(오른쪽)가 조합원과 함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수 가야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농촌마다 소멸 위기를 알리는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전북 장수에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끊임없이 성장과 진화를 거듭해온 협동조합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장수군 1호 협동조합이자 전북 최초의 교육문화 협동조합으로 설립해 올해로 6년째 활동 중인 초록누리협동조합(초록누리)이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초록누리는 초록이 움트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생태환경적 의미도 있지만 사회적생태계도 초록초록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초록누리는 이 같은 의지를 정관에 목표로 담았다. “생태와 환경, 바른 먹거리, 농업, 다양한 문화 등의 체험과 교육, 문화행사 활동을 통해 지역에 다양한 교육, 문화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농촌 자원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리고, 지역민의 자존감을 높이며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라는 내용이다.

초록누리의 중심엔 박진희 기획이사와 지역민들이 있다. 지난 14일 장수 농민의집에서 박 기획이사를 만나 초록누리 탄생과 변화의 과정을 확인했다.

박 기획이사는 “첫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을 앞두고 자신은 언제 전주로 유학을 가냐고 한 적이 있다”며 농촌 학교가 사라지는 가운데 지역민들이 교육문제를 고민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빠져나간 지역은 결국 어른들만 남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적어도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 지역사회에서 학교를 다니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서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지역민들의 고민이 초록누리의 출발선이었던 셈이다.

초록누리는 우선 학교가 아닌 마을 전체가 함께하는 교육을 고민했다. 이를 위해 교육청 공모사업인 방과후마을학교 사업과 농어촌희망재단의 희망교육공동체사업 등을 추진했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조합원을 강사로 활동할 지역민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인 만큼 시민단체와는 다른 운영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강사가 된 조합원이 수업에 따른 수익으로 생계 보장까진 아니어도 최소한의 활동비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초록누리는 다양한 강연을 조합원의 역량에 맞게 배치할 뿐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안정적 운영이 가능했던 건 지역 단체들이 모인 장수 농민의집 공간을 공유해 사용하며 특별히 많은 운영비가 들지 않았던 점도 작용했다.

초기엔 지자체 등에서 지역민을 전문가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사업이 진행되고 조합원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이를 극복했다고 한다. 현재는 조합원들이 논학교·농장 탐방·바느질·전래놀이·미술심리·요리·제과제빵·떡 만들기·다도·목공·진로 탐방 등 다양한 강사활동과 더불어 지역의 자원봉사센터나 생태공원, 6차산업화 사업단 등에서도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을 강사를 발굴하고 전문가로 양성(인규베이팅)하게 된 것이다.

어느덧 11명에서 출발한 조합원은 현재 16명까지 늘기도 했다. 초록누리는 이런 성장에 기반해 방과후마을학교 등의 공모사업 대신 자체 실력으로 지자체 등의 지원사업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대다수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공모사업 중심의 운영을 하다 끊길 경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허다하게 봐온 터라 자력으로 운영구조를 세우는 방식을 결정한 것이다. 또한 방과후마을학교 등의 사업이 장수군 7개면 중 장수면과 장계면에 집중됐는데 그 외 5개면에서도 지역민들이 주체로 나서 직접 교육·문화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다.

그래서 초록누리는 올해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에 더해 장수가야문화유산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장수에서 가야 유물이 계속적으로 발굴되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가야지킴이교육, 장수가야상품공작소, 청소년 장수가야UCC공모, 장수가야문화제 등을 추진하며 학생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민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박 기획이사는 “우리가 실력을 갖춰서 지역에서 꼭 필요한 지원사업을 한다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초록누리는 내년엔 월급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예비사회적기업을 신청하고, 지역에서 졸업하는 고등학생들을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역 안에서 지역의 교육과 풍부한 문화유산에 기반해 지역민들이 자기 가치를 증명하는 인력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 기획이사는 “수많은 귀농정책이 있지만 외부에서 청년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보다 지역의 청년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조합원의 성장을 토대로 끊임없는 진화를 거쳐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한걸음 다가선 초록누리의 앞날을 더욱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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