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토론회 파행

선정 부지 농민들 “공청회도 없었다” 성토 … 공개된 사업 청사진 ‘허점투성이’

  • 입력 2018.09.21 18:4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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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전라북도 삼락농정위원회(삼락농정)가 지난 14일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에서 개최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방안 토론회’가 농민들의 반발 속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삼락농정은 이날 토론회에서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계획(안)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려 했으나 대기업 농업 진출과 생산과잉, 기업농을 위한 사업 등의 우려를 제기하는 농민과 공청회나 주민 의견수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업 선정 부지 농민들의 성토가 주를 이뤘다.

앞서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전북농단연)는 지난 8월 전북 김제가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 1차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자 전북농정협치기구인 삼락농정을 배제한 채 비밀스럽게 추진됐다며 사과와 함께 사업 추진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사과의 뜻과 함께 삼락농정 안에 TF를 구성해 전반적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토론회는 이런 배경 속에 열렸다.

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만큼 토론회는 이미 파행이 예견됐다. 실제로 삼락농정 민간위원장인 김석준 전북농단연 회장은 “농업인들은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우를 또다시 범하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청년농업인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빚더미에 앉는 우를 범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 속에 불편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 사회를 본 삼락농정 TF 대표인 김정룡 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앞서 전북농단연이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해온 만큼 “불편하고 고민스런 자리”라고 심경을 밝혔다.

삼락농정 관계자들의 고뇌에 찬 인사말에 이어 토론회가 재개됐지만 장내를 빽빽이 채운 농민들의 성토는 끊이지 않았다. 사업단지인 김제시 백구면 일대 주민들은 “시설들로 하우스 온도가 올라가고 지하수가 없으면 농사를 어떻게 짓냐”, “자연습지인 부용저수지를 매립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가”, “사업 선정지가 11개 마을의 한복판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안하고 주민들도 안 만나고 옛날에나 통했을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닥없이 건물을 올리면 반드시 무너진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선결한 다음에 토론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토론에 나선 박흥식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은 이날 “원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나 전북도에서 추진해 현재 토론회까지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여러 문제가 있는 만큼 사업을 전면 취소하고 농민들의 요구를 농식품부가 개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찬성 의견도 나왔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간 대립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계획(안)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김제시 백구면 부용저수지 일원 14.5헥타르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청년보육 교육 실습장, 임대형 스마트팜, 실증단지 조성 등에 총 사업비 640억원(국비 428억원, 지방비 212억원)이 쓰인다는 것이다. 윤제준 전북도청 친화경유통과 원예팀장은 애초 사업비로 1,000억원을 국비 100%로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 협의 과정에서 변경됐음을 설명했다.

윤 팀장에 의하면 필수사업 중 하나인 청년보육센터에선 20개월의 교육과정이 이뤄진다. 또한 애초엔 유리온실이 1만4,000평(교육형 4,000평, 경영형 1만평) 중 절반 정도 차지했으나, 삼락농정 TF의 의견에 따라 비닐온실 중심으로 조성하고, 교육작목도 기존작물과 경합이 적고 소득이 될 수 있는 작목을 추천하기로 했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청년보육센터 교육 수료생 등 전문교육 이수자를 우선 입주시키고, 임대기간은 3년으로 했다. 기업이 개발한 제품의 성능을 확인하는 실증단지도 조성한다. 사무공간과 ICT 기자재 교육장, A/S센터, 생활관, 빅데이터 센터 등이 포함된 지원센터도 조성한다.

일단 부지 선정 자체도 문제지만 이날 토론회에선 사업계획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달았다. 예산과 관련 전북도 농정예산이 800억원 정도인데 100억원을 부담한다면 기존 농민들의 삶이 희생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에서 운영해야 할 실증단지를 전북도가 운영하는 걸로 변경되며 조성비 및 관리운영비가 쓰이게 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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