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고령화·저출산과 농촌 어린이집

  • 입력 2018.09.22 16:27
  • 기자명 임은주(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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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경기 여주)
임은주(경기 여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뭉친 신문지로 꽉 찬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으나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2002년 ‘농림부지정 경기여주여성농업인센터’라는 현판을 걸고 사업이 시작된 지 17년째인데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막막하기 그지없습니다.

여성농업인센터는 농어촌생활에서 발생하는 여성농어업인의 자녀보육 및 교육, 가정, 농업경영 등의 고충을 상담하고 여성농어업인을 위한 교양 강좌, 문화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여 젊고 유능한 여성농어업인의 농어촌 정착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2001년 전국 4개소에서 시범으로 운영됐고 2002년 전국 9개도에 각 2개소씩 18개소가 됐습니다. 2005년 지방정부로 이양되어 지금은 각 도별로 센터의 수나 예산, 필수사업이나 자부담비율이 제각각으로 경북은 여성농업인센터사업 이외에도 농촌보육정보센터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보육사업이 필수사업으로 여주여성농업인센터도 ‘알곡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7년을 돌아보니 그 동안 민간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어린이 보육에 대한 정부의 개입력이 커지면서 보육의 공적인 역할을 높였습니다. 늘 어린이들의 안전이나 돌봄에 대한 부담과 긴장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일에 공적개입이 커지다 보니 이에 대한 업무도 처음보다는 20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면단위에 자리 잡고 있으니 먼 출퇴근거리를 감수하고 오래도록 근무하겠다는 선생님을 만나기도 어려워 농촌에 적합한 보육의 내용을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뜻을 맞추기 힘듭니다. 넓은 땅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원아들을 등·하원 시키기 위해 하루 몇 시간씩 농로와 도로를 달립니다.

이런 조건에서도 생글거리며 달려드는 아이들의 웃음에 힘 차리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농촌 고령화, 저출산의 직격탄을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원아수가 줄어든 이유를 짚어 보니 오래된 건물도 걸리고 어린이집의 실내구조도 걸리기는 했으나 고령화, 저출산이라는 문제가 근본원인이었습니다.

그동안 20명을 넘었던 원아 숫자가 2012년 23명을 기점으로 점점 떨어지더니 20명으로 줄고 18명으로 줄고 16명으로 줄다 올 3월 13명의 어린이들이 입소를 했습니다. 13명의 보육비로 1년 살림을 어떻게 살 지 걱정하던 차에 5월, 한 친구가 시내로 이사를 가 퇴소를 하더니 6월, 한 친구가 베트남에 있는 외갓집에 가서 몇 달 째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수입보다 지출이 커 매달 적자가 쌓이니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나 싶습니다. 해결책이 없고 걱정만 쌓입니다. 재작년, 면내 어린이집 원장님이 어린이들이 줄어 한 반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내 이야기가 돼버렸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궁리를 하나 별 수가 없는 것 같아 우울합니다.

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는 나라에서 진즉 고령사회 넘어 초고령사회가 된 농촌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0세 미만의 경영주 농가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농촌에서 젊은이를 찾기 힘들다”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농촌의 고령화 대책. 그 대책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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