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갈아엎기 투쟁 나선 농민들

타작물 재배지 대부분 수확 불가한 실정
성과 위주의 공공비축 물량 배정 맹비난
피해대책 마련 및 내년도 사업 철회 촉구

  • 입력 2018.09.23 13:1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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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당호리 인근 간척지에서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정책에 참여했다가 한 해 농사를 마친 농민들이 옥수수가 자라다 만 논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황량하게 변해버린 모습의 논이 추수를 앞둔 황금빛 들녘과 극명하게 대비돼 보인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당호리 인근 간척지에서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정책에 참여했다가 한 해 농사를 마친 농민들이 옥수수가 자라다 만 논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황량하게 변해버린 모습의 논이 추수를 앞둔 황금빛 들녘과 극명하게 대비돼 보인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당호리 일원에서 논 타작물 재배 사업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논 갈아엎기 투쟁이 전개됐다. 이날 농민들이 갈아엎기에 나선 논엔 콩이나 옥수수 등 사료작물이 심겨져 있었다는 흔적만 간신히 찾아볼 수 있을 뿐 수확이 가능한 곳은 없었다.

농민들은 논 타작물 재배로 쌀 생산을 조절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나서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타작물 재배 성과에 비례한 공공비축미 배분을 강행함으로써 농민들 사이에 차별을 추진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투쟁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재욱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지금 보이는 게 촛불정부 농업 정책의 진짜 모습이다”라며 “정부는 쌀값 하락을 이유로 올해 5만ha를 감축했고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며 재배적지가 아님에도 벼 이외의 작물을 심게 강제했다. 내년엔 10만ha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데 사업의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영동 전국쌀생산자협회장 역시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사례가 많이 발생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안고가야 한다.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인 정책이므로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쌀이 남아돌아 생산 조정제를 실시한다는 데 당장 쌀 수입을 멈추면 그런 일도 없을뿐더러 공공수매 배정에 있어 특정 단체 등에 특혜를 준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당장 수확기 쌀값 보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투쟁에 나선 농민들은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이란 정부의 협박이 있었고 농어촌공사는 논을 임대하거나 심지어 매입할 때도 벼를 심지 못하게 강제 조항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농민들은 수입이 감소할 것을 감수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업에 참여해야 했는데 간척지 대부분은 거의 수확을 할 수 없고 잦은 강우 등으로 싹도 틔우지 못해 그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갈아엎은 논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땅을 임대한 청년농민 임승현(23)씨가 옥수수를 심은 곳이었다. 임씨는 “800평 논을 5년간 빌리기로 계약했다. 애초 땅을 빌릴 때부터 수도작은 할 수 없다고 해서 옥수수를 심었지만 보는 바와 같이 수확은커녕 뭐가 심겨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라고 탄식했다. 덧붙여 “첫 농사가 이렇게 돼 속상하지만 벼를 제외하면 논에 심을 수 있는 작물이 무척 한정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파종 할 때부터 큰 기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몽탄면 간척지 내에서 타작물을 심은 경작지 중 어느 곳도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임씨를 비롯한 농민 대부분이 폭우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몇 번이나 다시 파종했지만 작물을 키우긴 쉽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한 농민은 이를 우려해 더 열심히 골을 만들고 퇴비 등을 뿌렸음에도 콩 밭에서 단 한 톨의 콩도 수확할 수 없을 거라 예측했다.

농민들은 토질 자체가 벼 이외의 것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논에 심을만한 타작물을 선택하기도 어렵고 어떤 작물이든 쌀 만큼의 수확은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등은 이날 타작물 재배지 갈아엎기 투쟁을 시작하며 피해대책 마련과 사업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전국적인 항의·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생산 조정제로 할당된 5만ha를 통일경작지로 전환할 것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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