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오계, 종 보존 위기에도 대책 전무

2년 전 흑두병으로 병아리 1,100여 마리 집단 폐사
문화재청·논산시, 이제야 “심각성 조사한다” 늑장대응

  • 입력 2018.09.21 12: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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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가금류로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연산오계가 종 보전에 위기를 맞았지만 2년 넘게 방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과 논산시가 천연기념물 보호보다 책임 미루기에 급급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산오계는 지난 1980년 천연기념물 제 265호에 지정됐으며 2008년 연산 화악리의 오계로 정식명칭이 변경됐다. 현재 연산오계는 국가지정 관리자인 연산오계재단(이사장 이승숙)이 맡아 사육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봄에 부화한 병아리 2,400여 마리 중 1,100여 마리가 흑두병으로 폐사한 뒤 멸종 위기에 놓인 상태다.

이승숙 재단 이사장은 “흑두병을 예방하려면 기생충에 오염된 평사의 흙을 거둬 1년 이상 휴경을 해야 한다. 질병 치료제는 암을 유발한다고 해 사용할 수가 없다”라며 “오염된 땅을 벗어나 종계장 이전이 시급한데 형편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연산오계는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를 벗어나 사육할 수 없어 이전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이 이사장은 “앞서 2008년에 연산오계의 안전하고 영구적인 종 보존과 오계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생태체험학습장 건립 사업을 받아 인근 폐교 부지를 확보했다. 그런데 이 폐교부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물러나지 않아 10년째 사업을 집행하지 못했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폐교부지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은 올 5월경 자리를 비웠지만 사업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논산시가 수목을 무단 벌채했다는 이유로 폐교부지 사용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논산시와 문화재청은 애초 폐교부지는 종계장 이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안전하고 영구적인 종 보존’이 사업 목적에 포함돼 있지만 생태체험학습장만 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양 기관 모두 2년 넘게 흑두병에 관한 별도의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천연기념물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논산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흑두병의 위험성에 대한 인지가 미흡한 상태다. 사업비가 책정되면 연구용역을 발주해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문화재청에 사업비를 신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관계자는 “연산오계의 실태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를 하고자 조사위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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