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딧불이가 있는 농촌

김성환 신부 (충북 괴산군 청천면)

  • 입력 2008.06.01 00:01
  • 기자명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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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충청도에서는 아름답기로 꽤 알려진 화양계곡. 선유계곡이 있는 속리산 자락에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의 보통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들이 늘어가는데, 나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더러더러 귀농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지역은 여느 농촌과 다른 좀 특이한 농촌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하나 더 특이한 모습을 보태는 것은 이 지역의 농민들 중에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렁이 농업’ 반가운 소식

1980년 중반쯤 이 지역의 한 토착농부가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1993년경 몇몇 농부들이 가세하여 지금은 25∼30여가구(나의 대충적인 통계)에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들 중 2가구는 항생제·성장촉진제가 들어 있지 않는 사료를 이용한 친환경 축산을 하고 있다.

나는 1996년 초에 신부되기 전 실습과정으로 이곳에서 약 1년 동안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농번기 동안 늦은 오후만 되면 농약 냄새를 맡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었다.

그때마다 기분이 꽤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신부가 되어 2002년 다시 이 지역에 오게 되었는데, 그 농약 냄새는 더 이상 맡을 수 없었다.

아마도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어 난 것도 조그만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원인은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관행농법을 하는 사람들이 농약사용량을 줄인 것이 더 정확한 원인이 아닌가 추측된다.

하여튼 그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그 때 볼 수 없었던(나가 그 때 바빠서 볼 수 없었던 것이 아니길 바란다)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반딧불이를 지금은 여름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그 때 보다 지금이 어떤 측면에서는 환경이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올해로 나는 7년째 유기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농번기에는 거의 매일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논으로 나간다.

몇년전에 논으로 가면서 밭에 제초제를 치는 한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분들은 나 보기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왠지 제초제 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올해는 또 나가 사는 동네에서 두 가구가 부분적으로 우렁이 농법으로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이렇듯이 점점 더 많은 농가들이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이 지역이 친환경농업 단지로 조성됨으로써 농부자신, 흙을 포함한 자연, 소비자들이 살아나고, 돈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때문에 죽어 간 사람들 사이의 정이 살아남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생명이 살아 있는 생명 공동체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는 가져본다. 

성서학자인 정양모 신부님은 “예수님은 농민도 아니고 목동도 아닌 목수인 기술자였지만, 주변 사람들이 이 일[농사일]들을 많이 하니까 거들어” 주었다고 한다.

생명공동체가 형성됐으면…

▲ 김성환 신부
농사일을 거들어 주면서 농민들과 함께 부분적으로 연대한 사람이 예수님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신약성서에 농민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그래 맞다! 농민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은 2000년 전에 예수님이 가셨던 길이다. 그래서 오늘도 농촌에 있으면서 힘이 생기는 것은 그런 그분이 계셨고, 그런 그분이 아직도 계시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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