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살리기 30년, 정책이 길 터야 제대로 산다

일본, 정부가 100% 국산밀 수매·수입밀과 가격차 없애
품종개발·밀쌀소비·공공비축 등 생산·소비정책 ‘시급’
김현권·김정호 의원, 국회도서관서 토론회 공동주최

  • 입력 2018.09.14 14:33
  • 수정 2018.09.14 15:1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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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김현권 의원과 김정호 의원 공동주최로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2018 우리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진작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한승호 기자
김현권 의원과 김정호 의원 공동주최로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2018 우리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진작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우리밀 자급률이 또다시 0.8%로 주저앉았다. 한때 자급률이 1.8%까지 상승했던 우리밀은 쌀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제2의 주식이지만, 소비시장은 수입밀이 독차지하고 있으며 정작 우리밀은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시작된 지 30년이 흘렀으나 자급률은 여전히 1%를 맴돌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에서 우리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과 김정호 의원,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전국우리밀생산자연합회는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2018 우리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우리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재병 김제 우리밀영농조합 대표가 밀 생산농가의 고충을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우리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재병 김제 우리밀영농조합 대표가 밀 생산농가의 고충을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완형 (사)농식품유통경영연구원 원장은 “최근 국산밀 재고과잉 사태 속에 자급률이 0.8%로 곤두박질 쳤다. 이는 정부의 2020년 자급률 목표치 5.1%, 2022년 자급률 목표치 9.9%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면서 “국산밀 산업은 단기적이고 대증적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 정책 변화 없이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조 원장이 제시한 ‘근본적 정책 변화’는 △국산밀 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법제화 및 정책화 △국산밀 공공비축수매제 도입·운용 △수입밀·국산밀 가격 차이 단계적 해소 △공공급식 국산밀 우선 사용 및 의무화 △농협의 국산밀 수매 및 관련 제품 판매 사업 등이다.

조 원장은 “연간 국산밀 원곡 사용량은 2만톤 가량인데 2017년산과 2018년산 국산 밀 원곡 재고량이 현재 약 4만톤이다”라며 “1년간은 밀농사를 짓지 않아도 될 만큼 재고문제가 심각한데, 내년 예산안에 국산밀 수매비축 5,000톤 비용과 관련해 예산당국과 줄다리기 중이다. 5,000톤이 아니라 최소 1만톤은 당장 시장격리 할 수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고 단기적 해법을 촉구했다. 아울러 국산밀과 수입밀 가격차이가 3.7배가 나는데 일본은 수입밀을 비싸게 판매해 그 차액을 자국산 밀 진흥을 위해 사용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는 값싼 수입밀을 들여와 대기업들이 돈 잘 벌고 있다. 국산밀의 가격경쟁력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우리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밀 생산 농민들이 참석해 토론내용을 귀기울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우리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밀 생산 농민들이 참석해 토론내용에 귀기울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는 우리밀 소비 확대와 생산 안정 방안이 발표됐다.

문영진 농업회사법인 (주)네니아 대표는 “우리밀을 공공의 먹거리, 공공의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친환경농산물이나 우리밀을 사용하면 생산농가에겐 안정적인 출하처가 되고 학생들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 학교에 사용되는 빵, 국수 등 밀가공품을 친환경 우리밀로 사용하게 되면 서울에만 3,300톤이 소요되고 전국적으론 1만4,000톤 소비가 예측된다”고 1석2조의 출구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걸림돌은 역시 수입밀과의 가격차이라는 점을 꼽았다.

송동흠 우리밀세상 운영위원장은 “현 상황을 보건데 극단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올 가을 밀 파종이 정상적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내년 밀 자급률은 0.5% 이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지난 2007년, 2008년 세계적인 식량위기 때 우리밀 정책이 다시 나왔지만, 자급률 목표제시 외에 획기적인 것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생산만 부추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송 운영위원장은 “일본의 밀 자급률 12~15%는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집중적인 종자개발과 투자, 싼 가격에 밀 보급종 공급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낸 성과다. 일본은 밀 계약재배 품종만 62개가 넘는다”며 “최근 농촌진흥청의 밀 연구팀 강화 이야기가 들린다. 부디 고품질 종자개발과 값싼 공급이 선순환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모범사례로 꼽히는 서울시와 경기도 학교급식에도 차이가 있다. 가공식품 품질기준의 경우 서울시는 권장사항으로 두고 경기도는 학교와 구매계약을 해 공급을 실현시킨다. 공공급식지원센터 등의 공적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생산자, 가공업체 함께 협의해야 한다. 학교급식 뿐 아니라 공공급식까지 범위를 넓히려면 농식품부의 역할과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병 김제 우리밀영농조합 대표는 “27년째 우리밀 농사를 짓는데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진다”면서 “농민들이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밀 2모작을 하고 있는데 재고문제로 힘들다고 가마당 4만2,000원에 수매한 원곡을 3만9,000원 주정용으로 처분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보리는 정부가 수매도 하고 주정용으로 매년 사용하면서 우리밀 수매 정책은 왜 하나도 없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익출 우리밀농협조합장은 “지난해 밀 수매자금을 아직까지 농가에 지급하지 못해 좌불안석이다. 올해는 수매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해수위 의원 당시 국산밀육성법을 대표발의했는데 하루빨리 법이 통과되게 해 달라. 우리밀쌀·밀가공식품도 공공급식에 조달되도록 농식품부가 앞장 서 달라. 특히 막혀있는 밀 수매자금이 융통돼 농민들의 농지대·생산비를 하루라도 빨리 처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양한 정부정책의 요구에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과장은 “자조금을 통한 홍보와 공공급식 등 소비확대 측면과 국산밀육성 법제화에 국회와 합심하겠다. 재고문제가 쉽지 않은데 올해 보리도 너무 많이 생산돼 현재 재고밀을 주정용으로 쓰려면 2022년부터나 가능하다는 것이 주정협회 입장이다. 우리밀쌀의 공공급식은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공급식과 군급식에 쌀 7만톤이 사용되는데 그 중 10%만 밀쌀을 사용해도 7,000톤이다. 그러나 현재의 밀 도정방식으로는 영양가치가 급감해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80년대 수입자유화 이후 밀은 정책이 아예 없었다. 우리밀정책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작업을 하면서 관계자 회의를 여러 차례 했다. 이달 말경 정부의 밀육성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현권 의원은 “예산 심의 때 밀 5,000톤만이라도 수매비축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한편으로 소비에 맞춰 밀 생산 기반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군대나 학교급식 제도화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농업특보’였던 김정호 의원은 “송구하다”는 말로 첫인사를 시작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정부 2년차가 됐지만 농업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현장의 불만 듣고 있다”면서 “남북, 북미 관계가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북-미 중재에 여념이 없다. 지금까지 잘 참아주셨지만 올해 말까지 큰 방향 잡히면, 내년부터 민생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 본다. 농정당국 의지로 밀을 공공비축하고 공공급식에 우리밀가루며 다양한 밀 가공식품이 쓰이도록 국산밀 소비 촉진에 힘을 모으겠다. 대통령이 여러 농업 문제를 직접 챙기도록 직언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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