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이열치열의 지혜

  • 입력 2018.09.07 15:07
  • 기자명 이광주(부산 이광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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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주(부산 이광주한의원 원장)
이광주(부산 이광주한의원 원장)

며칠 전 초복날이라서 삼계탕을 한 그릇 먹었습니다(이 글이 지면에 실릴 때쯤에는 아마 말복도 지난 시점일 것 같습니다). 부드럽고 고소한 닭고기와 달콤 쌉싸름한 인삼으로 맛있게 만들어낸 삼계탕은 지치기 쉬운 여름철에 원기를 회복하여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는 좋은 음식입니다. 저 역시 삼계탕을 먹고 나니 힘이 불끈하고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맛있는 삼계탕 한 그릇을 먹으면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무더운 복날에 시원한 냉면이 아니라 뜨거운 삼계탕을 먹어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겨내는 우리의 풍습은 정말 현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은 한약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모로 유명한 한약재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제가 썼던 생맥산 칼럼을 기억하시나요? 더위를 이겨내는 보약인 생맥산에도 쓰이는 한약재인 인삼은 따뜻한 성질의 약으로 인체에 기운을 보태주고 진액을 생성해 갈증을 멎게 하며 인체 내외의 기운을 조화롭게 합니다. 땀을 많이 흘려 진액이 많이 소모되고 기운이 부족해지기 쉬운 여름철에는 굉장히 도움이 되는 약이지요. 또한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은 예전부터 상대적으로 소나 돼지에 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고기였습니다. 닭을 통째로 탕을 내어서 먹는 삼계탕은 닭고기의 단백질과 지방을 전부 섭취할 수 있어서 칼로리와 영양 보충에도 좋은 섭취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많이 더운 복날에 왜 하필 삼계탕을 냉면처럼 시원하게 해서 먹지 않고 뜨겁게 해서 먹었을까요? 그리고 서늘한 성질의 약재가 아닌 따뜻한 성질의 약재인 인삼을 넣어서 만들었을까요? 여기에도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지 않게끔 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우선 땀구멍을 열어 땀을 배출하면서 땀과 함께 열을 같이 배출해 체온을 낮춥니다. 또한 피부 바로 아래에 존재하는 말초모세혈관 내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말초모세혈관을 확장시킵니다. 혈액이 인체 외부와 접촉하는 면적을 넓혀서 혈액 속에 있는 열을 방출하고 이를 통해 체온이 더 올라가는 것을 막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우리 인체 깊은 곳의 혈관에는 상대적으로 평소보다 혈류량이 줄어들게 되어 소화기나 다른 장기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가 됩니다. 우리가 여름철 더위가 오래 지속이 되면 입맛이 없어지고 소화력도 떨어지고, 기력이 없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합니다.

이렇게 인체의 말초 혈류량이 늘어나고 인체 심부의 혈류량이 줄어든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몸속은 차가운 상태가 됩니다. 몸속이 차가워져 인체 장기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차가운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기에 부담이 와서 탈이 나게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여름철에는 무조건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먹어서 몸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인체 심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주는 것이 현명한 식사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더운 복날에도 차갑고 시원한 냉면보다는 따뜻한 한약재를 넣은 삼계탕을 먹음으로써 몸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기력을 보강해 주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이열치열을 통해 여름을 이겨내는 풍습. 정말로 현명한 지혜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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