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모의 마음으로

  • 입력 2018.09.07 14:5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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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가수 박진영이 세운 기획사이자, 걸그룹 트와이스가 속한 곳으로 유명한 JYP엔터테인먼트(JYP)가 지난달 서울시 강동구에 신사옥을 세웠다. 난데없이 왜 연예기획사 얘기를 하나 싶겠지만, 이번에 들어선 JYP 신사옥의 식당이 주목돼서 그렇다. 신사옥 9층에 위치한 이곳은 ‘유기농 식당’이다. 모든 식사를 유기농 식자재로 조리해 제공한다.

박진영 PD가 최근 모 방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모든 소속 연예인 및 연습생들에게 유기농 음식을 제공하는 건 예전부터 가진 꿈이었다고 한다. 패스트푸드 위주 음식에 노출된 연습생들에게 ‘부모의 마음으로’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싶었다는 게 박 PD의 생각이었다. 대중매체에서 ‘건강한 먹거리’로서 유기농산물의 가치를 이처럼 대대적으로 강조한 사람은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박 PD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유기농의 가치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정부도, 언론도 유기농 보호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먹거리 안전성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유기농 때리기’에 나선다. 지난해 8월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유기농을 비롯한 친환경농업계에 기성언론이 쏘아댄 비난의 화살을 기억해보자.

정부 정책 또한 문제다. 유기농산물에 농약이 얼마나 함유됐는지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봤다. 그러다 보니 최근 일부 정부기관은 농약 사용 여부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불심검문 식의 전수조사 활동을 벌여, 친환경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제야말로 유기농을 비롯한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부 정책 기조가 변해야 할 때이다. 우선, ‘안전한 먹거리’로 명시돼 있는 친환경농어업법 상의 정의부터 바꿔야 한다. 농약이 얼마나 검출됐는지를 따지는 안전성 검사 위주 정책 대신, 농민이 생태환경을 보전하며 어떤 방식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지 살피고 지원·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와 판로 확보 또한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이다. 박진영 PD는 “(아이돌)연습생들은 부모님이 자식을 회사에 맡긴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부모님 역할을 우리가 대신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 방송에서 말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 땅의 부모님들은 자식을 국가가 운영하는 교육체계에 맡겼으므로, 국가는 부모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의 마음으로’ 건강한 친환경먹거리 공급을 대폭 늘려, 농민과 청소년들이 모두 사는 길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이건 대통령의 약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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