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연속 인터뷰⑦] 이용희 괴산군농민회 정책실장

“농협은 농민이다”
공룡 농협, 회장·도본부장 선출 조합원 직선제부터
농민 쥐어짜는 악순환 중단시켜야

  • 입력 2018.09.09 12:55
  • 수정 2018.09.09 12:57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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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6년 농협법 개정안 통과로 지난해 초 농협의 지주체제 전환이 완료됐다. 이후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농민·사회단체도 농협 적폐 청산을 요구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또한 국회가 개정 농협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만든 농협발전소위원회도 휴면 상태다. ‘농협 개혁’ 목소리가 잦아드는 형국이지만 “농협이 문제”라는 농민들의 성토는 여전하다. 매월 농협 전문가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농협 개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농협은 농민이다. 농민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농민을 위해서 경제사업을 해야 한다. 신용사업도 농민을 위해서 해야 한다.” 이용희 괴산군농민회 정책실장이 밝힌 농협에 대한 철학이다.

20여년 전인 1997년 지역에 내려온 이 정책실장은 끊임없이 농민운동을 일궈왔다. 특히 두각을 나타낸 건 농협 개혁 문제였다.

그가 농협 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한 지역은 그 유명한 충북 괴산군 불정면이다. 불정농협이 농협 개혁 주요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다. 이 정책실장은 불정농협 개혁을 일군 장본인 중 한 명이다.

현재 농협 개혁 강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시군농민회 협동조합개혁위원장들과 소통하며 농협 개혁의 불씨를 지역에서부터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를 세우는데 농협 얘기도 들어갈 것”이라며 “전농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전농 협개위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그를 만나 불정농협 개혁 사례와 농협 개혁의 방향을 확인했다. 

- 불정농협 개혁 어떻게 추진됐나.

IMF 위기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가가 위기 종결선언을 했다. 하지만 당시 농협에서 예금 금리는 내렸는데 대출 금리는 그대로 뒀다. 16%대의 고금리다. 당시 괴산군에서 대출금리를 낮추는 사업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결국 10%대 이하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만들었다. 농협 개혁 첫 싸움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합장을 만들자는 요구가 나왔다.

이후 2002년부터 개혁 조합장의 당선을 준비했다. 단순하게 조합장 한 사람만 바뀌는 건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농협 관련 연구모임을 만들고, 회계·결산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이 이뤄졌다. 농협중앙회 개혁 흐름에서 지역농협을 조합원 중심 농협으로 변하는 과정을 만들자는 포부였다. 농협 개혁 운동의 정형을 만들었고 당시 전국 싸움의 중심이 됐다.

결국 농협 연구모임을 통해 60여명이 교육을 받았고 그 힘으로 2004년 개혁 조합장을 당선시켰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렀다. 교육 참가자들이 조합장과 함께 이사·대의원에 대거 참여하며 조합원 중심 농협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었다.

뒤돌아보면 농협 연구모임을 지속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다 농협에 들어가서 변화는 많이 있었지만 정작 조합원 관련 교육은 등한시했다. 결과적으로 10여년 동안 조합원들이 새로운 걸 찾고 새 조합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또 상황은 변하고 있다.

조합장을 내도 농협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그 속에서 어떤 사업을 가져갈 것인지 조합원과 합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요즘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 농협중앙회를 진단한다면.

공룡이 된 농협을 무너뜨리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정부에서 협동조합 관련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농협중앙회장과 각 도 지역본부장 선출에 대한 조합원 직선제다. 현재 대의원조합장만으로 선출하는 회장이 수많은 문제를 야기해왔다.

또한 지역농협에선 농협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존 조합장이 유리한 출마 조건을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바꿔야 된다.

또 하나는 흑자 구조와 관련된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핵심은 대출금리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자를 이렇게 많이 받는 협동조합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어디에도 없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돈 장사를 하고 있다.

내부 간 거래 금리도 문제다. 경제사업에서 적자를 스스로 만들고 신용사업에서 돈을 빌린다. 여기에 이자를 낸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걸 없애야 한다. 농자재 원가를 계산할 때 이런 부분이 들어가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결국 농민조합원들만 피해를 입는다.

농협중앙회가 통제하는 비료와 농약, 하나로마트 등의 계통구매 수수료가 높은 것도 내부 간 거래 금리 때문이다.

지금은 경제사업을 하면 망한다는 인식을 농협에서 퍼뜨리고 있는 모양새다. 자기 무덤을 팔게 아니라 경제사업을 활성화해 흑자를 만들고, 신용사업이 적자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교육지원사업비도 명쾌해져야 한다. 현재 농민 복지를 중심으로 가고 있는데 경제사업 활성화에 60~70%는 쓰여야 한다. 예산을 편성해놓고 소멸시켜선 안 된다. 불용처리를 하는 예산이 많을 때는 40%가 된다. 흑자 결산을 위해 수익으로 잡기도 한다.

직원들 급여가 모자라면 예비비까지 끌어다 쓰는데, 예비비는 경제사업에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전국적 통계를 봐도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농협중앙회 교육지원사업비도 지역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지원에 써야 한다.

-지역농협 개혁은 어떻게?

가장 중요한 건 농민들이 볼 수 있는 예·결산서다. 직원들도 보면 잘 모른다. 특히 예산서에 상세하게 산출근기를 써야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직원 급여를 예로 들면 몇 명 얼마라고 돼있다. 직원 급수에 따른 급여가 얼마고 인원이 몇 명인지 자세히 설명돼야 한다.

농협중앙회가 예결산 지침서를 낼 때 산출근거 관련 지침을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이 보기도 쉽고 운영도 투명해질 것이다.

또 하나는 판공비다. 판매비와 관리비에서 조합장이 쓰는 법인카드 사용내역도 산출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감사가 찾아내기 굉장히 어렵다.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별도로 회계처리를 하고, 이·감사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 농협 개혁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임금이다. 전국적으로 농협 직원 평균 급여가 6,800만원이다. 지역농협은 그 직원들이 포진된 새끼공룡인데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에 매년 걸린다고 얘기한다. 상식 밖의 얘기다.

농협 직원 6급 4호봉 밑으로는 최저임금에 걸리게 돼있다. 이걸 명목으로 매년 인건비를 인상시키고 있다. 복리후생비에 수당명목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연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복리후생비쪽 인건비성 경비를 실제 인건비로 통합하면 최저임금에 걸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

농협중앙회도 마찬가지다. 평균 급여가 7,400만원인데 최저임금에 걸린다고 한다. 걸리는 사람은 계약직 말곤 없다. 계약직은 당연히 임금을 지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임금을 규정하는 통일적 안이 필요하다. 이 얘기를 하면 보통 조합장들이나 농협중앙회 임원들은 노사협의 내용이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법안을 바꾸면 된다.

급여 인상도 교묘하다. 3%, 5% 인상이라고 하지 금액이 얼만지는 표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농협이 제주시농협이다. 정직원 수가 500여명이다. 500여명의 급여를 5% 인상하면 평균 급여를 6,800만원으로 봤을 때 17억원을 더 벌어야 한다. 어떻게 벌건지 내용은 없다. 17억원 벌려면 경제사업은 적자라고 하니 신용사업에서 벌 수 밖에 없다. 결국 대출금리를 인상시켜 농민들 쥐어짜는 악순환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직원들이 정말 협동조합의 개념이 있고 농민들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받아가선 안 된다. 쌀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2013년도 가격이다. 직원들보고 2013년도 급여를 받으라면 받겠나?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조합원이 주인이라지만 예산편성도 직원들이 하고 대의원총회라는 요식행위만 거칠 뿐이다. 현재의 농협은 조합원의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것이다. 이걸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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