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악취냐’ 비료공장 트럭 막아선 농민들

한 달 넘게 대기업 비료 공장입구서 농성 … 보령시 “기다리라”

  • 입력 2018.09.02 11:5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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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20일 충남 보령시 주포면 연지리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위치한 비료공장 앞에서 악취 피해에 대한 사과와 공장 폐쇄를 요구하며 차량과 천막으로 진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충남 보령시 주포면 연지리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위치한 비료공장 앞에서 악취 피해에 대한 사과와 공장 폐쇄를 요구하며 차량과 천막으로 진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악취가 심하게 나는 비료공장을 폐쇄하라며 한 달 째 공장 입구에서 농성하며 감시하는 마을이 있다. 주민들은 농성을 시작하니 냄새가 안 난다며 잠시 웃으면서도 하루빨리 사태의 완전 해결을 바라고 있다.

충남 보령시 주포면 연지리는 19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로 가구 대부분이 쌀 생산 농가다. 13년 전 이 마을 인근에는 현재 KG케미칼(주)에서 운영하는 비료공장이 생겼는데, 그 때부터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정주여건 훼손이 시작됐다고 이병도 연지리 이장은 전했다.

“냄새가 그동안도 났지만 올해는 유독 너무 심해서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7월 20일 경에 이상한 트럭이 들어가는 걸 우리가 우연히 발견한 거지.”

축산 부산물에서 나는 냄새와는 다른, 불쾌한 냄새를 심하게 풍기는 25톤 대형트럭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한 한 연지리 주민이 이를 추적, 트럭의 진입을 차단하고 내용물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자리를 피하려는 트럭을 기어이 잡아둔 끝에 보령시 환경과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했고 시료를 채취해 돌아갔다며, 그 뒤로는 트럭이 오지 않아 잘 때만큼은 근심이 없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공장 진입로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을 넘겼다. 늦은 시간까지 교대로 남아 육안으로, 또 마을 CCTV로 공장에 들어가는 차량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미 지난 2016년에도 한차례 해당 공장이 십수년에 걸쳐 폐수방류 등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성명을 내고 집회를 열었다. 당시 연지리 주민들은 충청남도농업기술원에 이 공장에서 생산된 유기질 비료의 성분검사를 의뢰했는데, 비료의 유기물 함량은 2등급 기준인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25% 수준이었고, 부숙도(무 종자를 이용한 발아율) 역시 기준치인 70%에 미치지 못하는 45.5%로 나타난 바 있다.

주민들의 트럭 적발 당시 현장에 나갔던 보령시 환경과 관계자는 “사건 당일 수상한 트럭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 연지리에 나가 시료를 채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공장이 대처할 우려가 있어 조사 결과와 진행과정에 대해 아직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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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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