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1가마 생산비만 24만3,814원

전북 농민이 쓴 ‘2018 쌀 생산 가계부’

  • 입력 2018.09.02 11:31
  • 수정 2018.09.02 12:2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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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달 28일 전북 남원시 보절면의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을 이용해 조생벼를 수확하고 있다. 전북의 쌀 재배농가가 쓴 가계부에 따르면 올해 쌀 1가마 생산비는 24만3,814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8일 전북 남원시 보절면의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을 이용해 조생벼를 수확하고 있다. 전북의 쌀 재배농가가 쓴 가계부에 따르면 올해 쌀 1가마 생산비는 24만3,814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승호 기자

쌀 목표가격 재산정을 앞두고 주요 언론에서 쌀값이 폭등 추세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 바닥을 치던 쌀값이 다소 회복해 80kg 1가마에 17만원대에 진입했다. 소비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20kg 한 포대로 따지면 4만5,000원, 10kg 한 포대로는 2만1,000원이다. ‘20kg 쌀 한 포대만 사 놓아도 석 달은 먹는다’는 것이 집에서 밥 먹는 일이 적은 오늘날의 일상이다.

쌀값 자체가 ‘비싸다’고 말할 수준이 아닐뿐더러 언론에서 호들갑 떠는 것만큼 가계비 지출에서 쌀값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지 않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소비지출액 267만2,665원(100%) 중 식료품은 36만4,187원(13.6%)을 차지하며, 이를 품목별로 세분해 보면 쌀·콩 등 곡물 구입에는 5만6,536원(2.1%)이 지출되고 있을 뿐이다.

반면 80kg 쌀 1가마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현재 회복된 산지쌀값 17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전북 김제에서 25년째 벼농사를 짓는 농민의 ‘2018 쌀 생산 가계부’를 보면 1필지(1,200평)에 △육묘구입비 27만원 △트랙터 삯 24만원 △밑거름 13만1,500원을 비롯해 △임차료 216만원 등 18가지 항목에 드는 비용을 조목조목 기록했다. 1필지의 쌀 생산비는 총 609만5,350원이다. 1필지에서 평균 80kg 쌀 25가마가 생산되므로, 쌀 1가마의 생산비는 24만3,814원이라는 결론이다. 이 농민은 지난 2013년 쌀 생산 가계부에서 쌀 1가마의 생산비를 23만3,106원으로 계산한 바 있다.

*생산비 계산 설명
1. 논 1필지(1,200평, 4,000㎡)를 기준으로 한 것임.
2.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삯 등은 위탁 작업비용 기준이지만 농기계를 보유한 농가 역시 감가상각비와 연료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 위탁 작업을 하고 있음.
3. 육묘를 위탁하지 않고 자가육묘 할 경우 볍씨발아기, 파종기 등의 구입과 육묘장 설치에 따른 비용, 종자소독약과 영양제 등의 약제구입비용, 10~15일 정도의 관리비용이 들어가므로 쉬운 계산을 위해 육묘를 위탁하는 비용으로 계산.
4. 도정료의 경우 도정하지 않고 나락으로 판매하면 도정료가 발생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쌀값에서 도정료 등 가공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나락매입가격으로 결정되므로 생산비에 포함시켜야 함.
*도정료는 쌀값으로 계산하기에 쌀값이 오르면 도정료도 올라감.
5. 자가노동비용은 노동일수와 1일 급여기준(어떤 직업군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음. 표에서는 벼농사일의 시작 시점부터 수확기까지의 기간만큼만 노동일수(7개월)에 계산하였음(농한기인 겨울에도 경영마인드 및 영농교육 등으로 노동일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음).
6. 산출된 자가 노동비용을 조사자 임의로 10필지로 나누어 1,200평의 비용을 산출하였으나 객관적 자료가 되려면 쌀 전업농의 평균 재배면적으로 나눠야 할 것임(가령 평균 재배면적이 10필지보다 많으면 1,200평당 자가노동비용은 줄어들 것임). 그러나 재배면적이 많으면 노동시간과 강도가 더욱 크다는 것도 감안해야 함.
7. 초기제초제, 중기제초제, 이앙전처리제 등은 더 비싼 제품을 사용할 경우 비용이 늘어남.
8. 병충해 방제의 경우 조사자는 2회 방제로 계산하였음.
9. 도정료의 경우도 최근 쌀값이 오르지 않자 정미소에서 정곡 80kg 1가마당 5kg의 도정료를 받기도 하는데, 이 경우 5만6,250원이 추가됨.
 
*2013년의 쌀 생산비 계산과 큰 차이가 없으나 올해 쌀값 상승이 역설적으로 생산비에 반영돼 생산비가 오르는 결과로 나타남.
- 생산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토지 임대료(소작료)인데 대부분 당해년도의 쌀값을 기준으로 소작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쌀값이 오르면 생산비도 올라감.
- 쌀값이 최하로 떨어졌던 2015~2017년의 경우 위와 같은 계산을 적용할 경우 생산비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남. 당시 쌀값은 80kg 1가마당 약 13만원~15만원 사이이므로 논 1필지의 소작료가 156만원~180만원으로 2013년의 204만원보다 적음.
- 그러나 2018년 수확기의 경우 현재 쌀 가격 등을 고려하면 1가마당 전국 평균 18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여 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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