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검정·컨설팅으로 성적 향상 이룬다

다산성 유행 넘어 종돈개량사업에 관심 기울여야

  • 입력 2018.09.02 11:26
  • 수정 2018.09.02 11:3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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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시 지엠지종돈장에선 농장 검정작업이 한창이다. 이 종돈장은 한국종축개량협회(회장 이재용, 종개협)가 직접 입회검정하는 농장 10곳 중 하나로 2주에 한번씩 검정과 검정 성적에 따른 컨설팅을 받고 있다.

검정원으로 지엠지종돈장을 찾은 나희영 종개협 종돈개량부 과장은 “오늘은 약 50두를 검정할 예정이다. 종돈이 생산한 후대축의 증체량과 등지방두께, 등심단면적 등 경제형질을 측정하는데 보통 150일령에 검정을 한다”고 전했다. 검정은 개체번호를 확인한 돼지를 틀에 넣은 뒤 기계를 통한 측정으로 진행됐다.

나희영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과장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시 지엠지종돈장에서 종돈 후대축 검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희영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과장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시 지엠지종돈장에서 종돈 후대축 검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검정을 통해 측정한 성적은 종개협이 최근 개발한 종돈컨설팅시스템 및 종돈개량정보서비스앱에 등록돼 분석이 이뤄진다. 나 과장은 “이 농장은 빠른 증체로 출하기간을 단축하고 등지방은 낮추면서 산자수를 유지하는 걸 목표로 정했다. 컨설팅에 제공하는 분석자료도 이에 맞춰 준비된다”면서 각종 분석자료를 가방에서 꺼냈다. 계획교배를 위해 추천하는 다음주 교배 조합과 근교계수에 따른 기피해야 할 조합, 그리고 도태할 후보 리스트 등이 나열됐다. 시기별로 유전능력평가 보고서도 나오는데 농장의 연도별 성적과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장사무소에 들어가니 한쪽 벽면엔 주차별로 정리된 번식돈 및 분만사 현황표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앞 책상엔 종돈컨설팅시스템을 확인하는 노트북이 설치돼 있다. 최근 들어 색깔이 다른 번식돈이 표시됐는데 이는 최근 캐나다에서 들인 종돈이다. 심옥래 지엠지종돈장 차장은 “현황표를 보면 농장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닌 데이터화를 통한 목표를 잡을 수 있어 많은 성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심 차장이 “3~4년 뒤에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나 과장은 “1년이면 달라질거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지엠지종돈장은 1999년 설립해 20여년 동안 운영됐다. 시설은 다소 낡았지만 꼼꼼한 관리로 MSY 23.6두, 평균출하일령 168일의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엔 새끼돈 인큐베이터를 설치해 폐사율을 낮추고 있다. 비육장의 돈방을 넓히면서 증체율은 올라가고 있다.

검정과 컨설팅, 그리고 이에 기반한 농장 관리는 경제적 효과로 직결된다. 나 과장은 “어떤 종돈장은 성적을 분석해보니 2017년도 산자수는 전년 대비 3.1두 증가하고 90㎏ 도달일령은 전년대비 0.9일 단축됐다. 분석결과 모돈 500두 기준으로 3억2,100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면서 “해당 종돈장에서 F1을 도입한 농장의 경제적 효과는 모돈당 연간 52만6,797원으로 추정됐다”고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관건은 이같은 종돈개량의 성과가 국내 한돈농가로의 F1(후보돈) 분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의 다산성모돈이 유행하며 일부 양돈장은 아예 직접 수입에 나서고 있으며 종돈부문에선 F1 판매보다 비육돈 사육에 매몰되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

신태하 지엠지종돈장 농장장은 “유럽의 다산성 모돈은 대다수 농가의 기반에선 맞지 않다. 유럽모돈에 맞는 기반을 만들려면 다 뜯어 고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중 투자가 문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 농장장은 “F1 판매가 제일 큰 목표지만 홍보력이 미치지 못한다. 성적은 좋은데 이를 한돈농가에 알릴 수단이 부족하다”면서 “종개협의 컨설팅을 받으며 업계 동향도 알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다산성모돈이 유행하며 종돈 수입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유행만 쫓아선 생산성 향상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종축개량은 성과가 누적되면 사육에서 소비까지 축산업의 면모가 달라지는 효과를 얻게 된다. 근본적인 한돈의 발전을 기하려면 국내 종돈장의 종축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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