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를 막아라’ 지금 인천공항은 검역전쟁 중

비행기 착륙하면 휴대품·비행기 내부·화물까지 입체적으로 살펴봐
검역요구는 높아지는데 인력운용은 빠듯 … 범부처차원 대책 시급

  • 입력 2018.09.02 11:16
  • 수정 2018.09.02 14:4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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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수화물 벨트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이 검역탐지견과 함께 수화물을 탐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수화물 벨트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이 검역탐지견과 함께 수화물을 탐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오전 10시 30분. 중국 대련발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며 제1여객터미널 11번 위탁수하물 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검역탐지견이 승객과 캐리어 사이를 지나며 냄새를 맡다가 한 캐리어를 짚고 그 자리에 앉는다. 검역물이 있다는 신호다. 그 자리에서 캐리어를 열어보니 짐꾸러미 속에서 소시지가 나온다. 중국산 축산가공품의 거의 대부분은 수입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품목이다.

세관 X-ray 탐지기에도 속속 농축산물 검역물품이 탐지된다. 세관은 해당 휴대품과 승객을 한 켠에 자리한 검역본부의 휴대품 검역소로 보낸다. 1터미널엔 8개소의 휴대품 검역소가 운영 중이다. 입국 직전에 가로막힌 승객들은 시종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검사대에 놓인 소시지, 만두, 과일, 채소 등을 두고 검역관과 승객 간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러는 사이 중국발 비행기가 또 착륙해 승객과 수화물이 터미널로 쏟아져 들어온다. 검역소 1곳당 동물검역관 2명, 식물검역관 2명이 맡고 있지만 세관에서 보내는 검역품 관리에도 손이 바쁘다. 축산관계자가 오면 대인소독도 안내해야 한다.

40여분 동안 검역소 1곳에서 축산물 11건, 식물 18건의 검역물품이 적발됐다. 다시 중국발 비행기가 들어오기 전에 검역관들이 서둘러 검역물을 검역대와 함께 소독하고 냉동고에 격리한다. 이렇게 격리된 농축산 검역물은 1주일에 2회 소각폐기한다.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 검역대에서 검역본부 직원들이 중국 대련발 비행기를 통해 입국한 중국인 수화물에서 반입금지품목인 소시지 등을 적발해 수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 검역대에서 검역본부 직원들이 중국 대련발 비행기를 통해 입국한 중국인 수화물에서 반입금지품목인 소시지 등을 적발해 수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 검역대에서 검역본부 직원들이 중국 대련발 비행기를 통해 입국한 중국인 수화물에서 나온 반입금지품목을 모아 소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 검역대에서 검역본부 직원들이 중국 대련발 비행기를 통해 입국한 중국인 수화물에서 나온 반입금지품목을 모아 소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경검역 인력 증원 필요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며 국경검역의 중요성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의 협조를 받아 우리나라의 대표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의 농축산 검역 현장을 취재했다.

인천공항엔 1,2터미널을 합쳐 12곳의 휴대품 검역소가 운영되고 있다. 휴대품 검역뿐 아니라 비행기 내부 검역과 잔반처리 검역 등도 동시에 진행된다. 축산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출입국신고가 의무사항이 돼 입국시 소독과 교육을 받고 있다. 지자체에 등록된 축산농장 근무 외국인노동자도 축산관계자와 똑같은 검역과정을 거친다. 이주희 휴대품검역과 주무관은 “비행기 1편에 20여명이 붙어 검역을 한다. 검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노선은 1주일에 1회 세관에 요청해 기내반입 수화물까지 일제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역본부는 ASF에 대비해 발생국 수화물은 100% X-ray 전수조사 및 여행객 휴대품 검색을 확대했다. 또, 공항만 17개국 316편에 검역탐지견을 투입하고 동태감시 전담요원도 배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인천공항 검역인력은 점차 증원되는 추세지만 늘어나는 검역요구를 감당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검역본부 소속 검역관은 총 474명. 그 중 인천공항에 144명이 투입돼 있지만 검역현장을 모두 관리하기엔 빠듯한 상태다. 휴대품검역을 담당하는 한 검역관은 “1터미널만 해도 검역소 8곳에 검역관 정원이 64명인데 61명이 근무 중이다”라며 “검역물 은닉을 방지하려면 터미널 내 동태감시도 해야 하는데 손이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동·식물 검역대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농축산물이 담긴 우편물을 개봉해 검역한 뒤 분리수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동·식물 검역대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농축산물이 담긴 우편물을 개봉해 검역한 뒤 분리수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공장처럼 돌아가는 우편물류센터

우편화물은 공항 내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검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센터는 인천항 물량도 함께 처리하고 있다. 검역탐지견과 X-ray로 농축산물이 있는 우편물이 탐색되면 따로 벨트를 통해 동식물검역소로 이동된다. 벨트는 돌아가는 시간이 하루 3번 정해져 있고 야간에 추가로 운영된다고 한다.

한 검역관은 “이 곳에 오는 우편물은 전부 포장을 열어서 검역을 한 뒤 적발시엔 수령자에겐 우편으로 검역불합격 통지서와 안내문을 보낸다”면서 “한번은 3주치 통계를 낸 적이 있는데 축산물만 1만건이 나오더라”고 전했다.

센터 천장엔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지만 너무 높고 면적이 넓은 탓에 별반 소용이 없었다. 폭염 속에 센터 내부는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흘렀다. 공장같은 근무환경 때문인지 검역관들 사이에서도 이곳은 기피하는 근무지다.

이 센터엔 공중방역수의사(병역대체복무) 2명을 포함해 13명의 검역관이 배정돼 근무하고 있다. 우편물 벨트가 돌아가면 절반은 검역에 투입된다. 야간엔 3명씩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이광희 국제우편팀장은 “해외직구가 활성화되면서 축산물 반입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우편검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역관들이 교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증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우편분류대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검역탐지견을 이용해 농축산물이 담긴 우편물을 탐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우편분류대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검역탐지견을 이용해 농축산물이 담긴 우편물을 탐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동·식물 검역대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농축산물이 담긴 우편물을 개봉해 반입금지품목인 소시지 등을 분리수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동·식물 검역대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농축산물이 담긴 우편물을 개봉해 반입금지품목인 소시지 등을 분리수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검역위반시 처분도 강화해야

지난해 검역사항을 위반해 폐기 및 반송된 농축산 검역물은 농산물 12만2,320건, 축산물 8만8,210건이었다. 그러나 올해 붉은불개미와 ASF 문제로 검역이 강화되며 올해엔 지난달 28일까지에만 농산물 10만4,274건, 축산물 7만1,824건이 나왔다.

검역본부 검역에 적발되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통상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는데 1회 적발시 10만원, 2회는 50만원, 3회는 100만원의 과태료가 책정된다. 지난해 휴대품 과태료 부과 실적을 보면 전체 4,708건 중 1회 부과가 4,508건으로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에 과태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조차 승객의 의무를 위반한 게 명백한 휴대품에 대해서만 처분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실정도 짚어야할 대목이다. 우편화물은 수취인이 해당물품을 보내라 요청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면 위법여부를 가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부분 과태료 부과없이 반송 또는 폐기처분만 실행되고 있다.

ASF 발생국은 중국을 포함해 40개국이나 된다. 국경검역을 보다 강화하려면 예산확보를 통한 인력 증원과 여러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검역관은 “외국인거주 밀집지역의 식당들에 유통된 식재료들이 과연 모두 정상적인 경로로 들여왔을지 의문이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범부처 차원에서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칠 수 있는 검역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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