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몰염치와 이중 잣대

  • 입력 2018.09.02 11:0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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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는 농민단체와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각각 지주회사체제로 분리했다. 그 결과 신용사업을 담당하는 NH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됐고, 금융지주 산하에 NH농협은행 등 금융 관련 계열사들이 편입됐다.

농협중앙회-NH금융지주-NH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성립된 것이다. 동시에 NH금융지주 및 농협은행 등은 경영수익의 일부를 농협중앙회에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농협중앙회는 이를 회원조합과 농민 조합원을 위한 교육사업 및 지도사업 등에 사용하는 제도장치가 마련됐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농협은행이 부실대출로 인한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적립하는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리면서 농협중앙회에게 지급해야 하는 교육사업 및 지도사업 금액이 대폭 감소하는 상황이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2012년에는 약 4,000억원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약 3,000억원 이하로 대폭 감소했다. 결국 NH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이 부실대출로 인한 손실을 회원조합과 농민 조합원 지원 사업비를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떠넘긴 것이다.

여기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하나는 부실대출로 인한 손실이 발생해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거나 처벌을 받은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사업의 특성상 부실대출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실이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행태이다. 다른 하나는 부실대출로 인한 손실을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 회원조합과 농민 조합원에게 떠넘긴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 NH금융지주회사, 농협은행 등은 부실대출로 인한 손실에 대해 내부에서 책임지지 않고 회원조합과 농민 조합원 등 외부로 그 피해를 전가시켜 왔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기업경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며, 협동조합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행태이다.

그동안 농협은 이중 잣대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수익성을 챙기는데 급급하였다.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요구하는 농민에 대해서는 금융산업 및 기업경영의 측면을 내세워 자신들의 수익을 우선 챙기고, 금융산업 및 기업경영의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하라는 외부의 요구에 대해서는 협동조합으로서 특성을 내세워 정부지원, 세제혜택 등을 누리면서 수익을 챙겼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이중 잣대에 대해 몰염치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농협을 바꾸는 첫 걸음은 이중 잣대와 몰염치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기업경영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협동조합을 선택하든지 농협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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