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 입력 2018.08.24 16:5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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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최근 전북의 한 지역농협에서 농민조합원이 농협에 매년 벼를 냈지만 수매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또 다른 농민조합원은 지난해 수확한 산물벼를 지역농협에 냈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한다. 건조하지 않은 산물벼라지만 10배미를 냈는데 그 절반인 5배미만 인정했다. 이 농민은 1년 농사를 날린 게 창피해서 주변에 얘기도 못하고 현재까지도 속을 끓이고 있다.

또 다른 지역농협에선 나락 1,000톤이 증발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지역농협 결산 총회 당시 결산을 맞추기 위해 수매벼 797톤의 감모량을 맞춰놓고선 6개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또다시 192톤이 추가로 감모됐다고 하니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해마다 수확기면 반복되는데다 국민의 주식이자 농업을 상징하는 쌀을 두고 농민을 상대로 농협에서 벌이지는 일이라 더 괘씸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농민조합원들이 농협을 안주로 술을 먹으면 몇날며칠도 먹을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닐 게다.

최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한 언론사 기고에서 농협이 오리온과 손을 잡고 쌀 가공식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알렸다. 밀가루 소비량을 쌀 소비로 대체해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좋은 얘기다.

논어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정치의 목적을 묻자 공자는 “먹거리와 군비를 충분히 준비하고, 백성이 믿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공은 다시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이라고 물었고 공자는 “군비”라고 했고, 또 버릴 것을 묻자 “식량”이라고 했다. 결국 백성의 믿음이 없다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얘기다.

농협의 근간엔 농민조합원들이 있다. 아무리 좋은 얘기도 신뢰가 무너지면 곱게 들릴리 만무하다. 기록적인 폭염이 지나고 이제 가을이 오고 있다. 한여름 폭염으로 잔뜩 구겨진 농민들의 인상이 올해 수확기엔 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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