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농민들, 통합RPC와 이상한 쌀값행보에 반발

조생종 벼 수매가 결정 협의 없이 수매부터 시작
시중 쌀값 오름세지만 여주쌀값 일체 변화 없어
쌀값결정, 농민소득 보다 ‘경영이득’ 우선 구조 고착

  • 입력 2018.08.26 16:30
  • 기자명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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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쌀값이 80kg 1가마에 17만원대로 회복되면서 농민들이 모처럼 올해 수확기 쌀값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예년보다 일찍 조생종 벼를 수확하고 있는 경기 여주지역에선 통합RPC가 벼 수매가 결정을 늦추는 등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전국 쌀값의 기준이 되는 여주·이천 지역의 특성상 여주통합RPC가 가격결정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쌀값결정에 농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지역농협RPC와 달리 통합RPC의 구조적 한계가 정부와 농협 중심의 쌀값결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우려다.

지난 15일 통계청 산지쌀값이 80kg 1가마에 17만7,740원으로 조사된 가운데 경기도 여주지역에서는 조생종 벼 수확이 시작됐다. 역대급 태풍 ‘솔릭’이 몰려온다는 소식과 농협RPC 창고 여유 등을 이유로 예년 같으면 8월 28일경에나 시작되던 수매와 비교해 일주일 정도 수확이 빨라졌다. 그런데 매년 8월이면 조벼 수매가, 수매방법 등을 논의하던 ‘RPC운영협의회’도 열지 않은 채 여주통합RPC가 수매부터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생종 벼 수매가 및 수매방법 등에 대한 논의도 없이 수매부터 시작한 경기도 여주통합RPC의 행보에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여주시 능서면 구양리의 한 들녘에서 조생종 벼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이다. 한승호 기자
조생종 벼 수매가 및 수매방법 등에 대한 논의도 없이 수매부터 시작한 경기도 여주통합RPC의 행보에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여주시 능서면 구양리의 한 들녘에서 조생종 벼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이다. 한승호 기자

 

김영준 여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벼값 협의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날짜조차 확정하지 않아 오늘 아침(23일) 여주통합RPC에 운영위원 4명이 항의방문을 다녀왔다”면서 “27일에 벼값 회의를 하자고 날짜는 통보하고 왔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오늘 방문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통합RPC 장장, 상무 등 책임자는 누구 하나 자리에 없었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보였다.

여주지역 농민들은 각 지역농협RPC가 여주통합RPC로 전환되면서 쌀값 결정에 직접 나서지 못하는 부분부터 잘못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역농협의 결산에서는 RPC에서 발생한 적자를 금융사업 흑자로 메우면서 농민들의 쌀농사 소득에 보탬이 되는 보완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통합RPC 출범 이후 지역농협과 별개의 독립 법인이 됐고 독자운영을 해야 하는 통합RPC에서 영업이익은 존폐를 가를 정도로 민감한 영역이 됐다. 결국 농민들에게 원료곡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김영준 사무국장은 “농민조합원들이 통합RPC에 벼를 수매하면서 지역농협의 각종 지원금도 줄어들었다. 수매자금지원금도 지역농협이 줄 이유가 없어졌고, 벼를 내는 이용실적도 지역농협과는 상관없게 됐다”고 현황을 전했다.

전용중 전농 경기도연맹 사무처장은 최근 쌀값에 있어서도 여주쌀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전 사무처장은 “쌀값이 올랐다고 언론에서 떠들썩하다. 지난주까지 여주 추청쌀 20kg짜리를 하나로마트에서 5만9,200원에 팔 때 경북 안동농협의 쌀 20kg 한 포 값이 5만8,000원이었다. 2017년산 여주와 안동 벼 수매가는 1만원 차이가 났다. 수매가 차이가 소매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여주-이천 수매가가 결정 나면 전국 수확기 쌀값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여주 수매가는 상징성이 크다. 하나로마트의 여주쌀값을 ‘최근 시세’의 기준으로 삼게 되면 올해 여주지역 조생종 벼 수매가는 농민들에게 당연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 쌀값이 날아오를 때 여주 쌀값은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수확기 쌀값 상승을 억제하려는 ‘외부압력’까지 의심할 정도로 올해 여주 쌀 시세는 부자연스러운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엄용수 여주통합RPC 상무는 “여주 쌀의 시세를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도 아니다.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시장의 흐름에 따라서 결정한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여주와 남부지역 원료곡 가격차이가 2만원 정도 났고 소매가는 20kg 기준 1만원 정도 나면 서로 잘 받는 가격으로 봤다. 하지만 현재 가격차이가 왜 안 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주는 지금 원료곡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또 “수매가 결정을 위한 회의는 조만간 열 것”이라며 여주가 조벼 수매가를 일찍 정하는 것은 부담스런 면이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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