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희망 만드는 농촌협동조합⑥] 충남 서산시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

보물의 고장서 달래로 도전한 6차산업의 꿈
‘여미오미’ 로컬푸드직매장·농가레스토랑 출발 … 십시일반 농민들, 사생결단의 각오로

  • 입력 2018.08.24 16:3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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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서다. 매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지키며 지역에서 희망을 만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현주소를 조명하고자 한다.

문치선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 조합장(맨 오른쪽)과 직원들이 지난 21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여미오미 농가레스토랑에서 협동조합의 성공을 바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이 충남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에 개장한 여미오미 로컬푸드직매장. 마트를 닮아가는 타 매장과는 달리 로컬푸드 정신을 지켜나가겠다는 각오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이 지역의 활력을 만들고자 십시일반 마음을 모은 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충남 서산의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협동조합)이다. 이름에서도 확인되듯 충남 서산의 대표적 농산물인 달래 등의 가공·판매 및 체험·관광 등을 결합한 6차산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창립한 협동조합은 10개월만인 지난 4월 2일 운산면 여미리에 ‘여미오미’ 로컬푸드직매장과 농가레스토랑을 열었다. ‘여미오미’는 서산의 아름다운 경치 5가지와 그에 걸맞는 맛 5가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1,200평의 대지에 가공시설과 체험교실 등도 조성한다. 지난 21일 만난 문치선 협동조합 조합장은 “농업·농촌·농민에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다. 지역사회를 변화·발전시키자는 공감대가 지역에 형성됐고 자발적인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지역농협이나 협동조합들이 앞 다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로컬푸드직매장을 열어왔지만 그런 지원을 일절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 지자체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견학을 올 정도다.

협동조합은 3,000만원을 출자한 18명의 상임이사와 100~1,000만원을 출자한 35명의 일반이사, 102명의 생산자조합원 등 총 154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6억5,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자금을 마련했지만 부지 매입과 건설 비용 등에 10억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이에 부족한 자금 4억원은 충청남도에서 운영하는 저리 대출인 농어촌진흥기금을 이용했다고 한다.

임원 구성도 독특하다. 면 활성화위원장부터 마을 이장, 중학교 교장, 다수의 교수진 등 80%는 주민과 귀농인이지만 20%는 외지인이다.

앞서 여미리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한 신문화공간조성 사업이 국·도·시비를 합쳐 28억원 예산으로 추진됐다. 고택 등 농촌의 향토자원을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미리엔 도자기체험 및 세미나 시설을 갖춘 문화학습공간인 생활문화센터, 향토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디미방, 정미소를 개조한 여미갤러리 등이 들어섰다. 당시 연을 맺은 디자인 교수들이 협동조합까지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는 농업·농촌·농민에 디자인을 더하는 효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농민들도 신문화공간 조성 사업과 이후 잇따른 교육을 통해 6차산업 등에 눈을 뜨며 농촌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달굴 수 있었다. 결국 협동조합을 통한 로컬푸드직매장과 농가레스토랑 설립까지, 사업 추진 1년도 안 돼 본궤도에 오를 만큼 강력한 추진력으로로 나타났다. 문 조합장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았으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에 사생결단의 각오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서정성에 문화를 입히고 음식과 농산물을 더함은 지역사회 발전을 향한 발걸음에 정점을 찍은 것에 가깝다. 문 조합장이 보물의 고장 운산에 농민들이 직접 보물을 또 세웠다고 평가한 이유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사업 초기엔 협동조합의 취지에 공감한 한 조합원이 자신의 땅을 10년간 무상으로 대여하겠다고 했지만 틀어졌다. 또한 농민들이 주도한 만큼 세제혜택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놓쳤다.

또 스스로 자금을 마련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달래를 통한 6차산업을 갖고 지원을 요청했지만 심사과정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달래 얘기만 나오면 전문가들이 성공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자금 조달의 한계도 있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 위한 복안을 고심 중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아쉬움은 많지만 무엇보다 관건은 로컬푸드직매장과 농가레스토랑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게 문 조합장의 설명이다.

로컬푸드직매장은 지역 생산 농산물이 90%를 차지할 만큼 로컬푸드 정신을 지키는데 방점을 찍었다고 한다. 마트를 점점 닮아가는 기존 로컬푸드직매장의 문제를 확인했기에 누가 봐도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고 로컬푸드직매장 답다는 얘기를 듣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중소농과 고령농의 판로로 이용되는 만큼 배려 차원에서 마진율을 높일 수 없어 아직까진 적자다. 이를 모면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일단 서산한우를 중심으로 한 지역 생산 농산물로 운영 중인 농가레스토랑의 경우 수익은 내고 있지만 메뉴 정비가 필요해 개선 중이다.

이제 개장 4개월째인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하지만 의외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다양한 경제사업을 진행 중인 지역농협이 협동조합의 여러 시도들에 바짝 긴장했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역경제의 한 축인 농협을 견제하는 역할도 맡게 됐다.

협동조합은 향후 여러 사업들이 정상궤도에 진입해 수익을 만들 경우 지역사회 환원과 조합원 혜택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문 조합장은 “협동조합이 순수하게 민간의 힘으로 보물을 하나 만들었는데 진짜 보물이 될 수 있도록 지켜내고 가꿔가겠다”며 “농민들이 힘든 농사 속에 서로 위로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되고, 그 과정에서 농업·농촌·농민이 다시 한 번 일어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겠다. 그러면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오고 싶은 마을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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