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응답하기 바랍니다!

  • 입력 2018.08.26 15:28
  • 기자명 임은주(경기 여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은주(경기 여주)
임은주(경기 여주)

‘임 총무님, 우리 너무 오랫동안 못 보았는데 한 번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날들 속에서 아뿔싸! 합니다. 5년 전, 만나면 이렇게 좋은 우리들이 기약 없이 흩어지면 안 된다, 계모임이라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오고가다 결국 총무를 맡았는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일 년 반 넘게 모임을 못 했더니 계원들의 그리움이 넘쳤나봅니다.

40도를 웃돌던 날인데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만큼 만나는 장소가 시원하였습니다. 힘겹게 잡은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서로의 마음으로 준비한 놀이와 프로그램으로 나의 마음을 알리고 서로의 생각을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놀이와 프로그램으로 깔깔거리던 중 요즘 배우는 노래가 좋아 서툰 기타를 치며 노래 한 곡 불러보겠다 했습니다. 뚱땅거리며 서툴게 노래를 부르다보니 씩씩하게 혼자 배 농사짓고 마늘, 양파 농사짓던 언니들과 토종농사 지으며 양배추 키우던 동생이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남편 지휘하며 여러 가지로 많은 농사짓던 언니마저도 목이 메였나봅니다. 시집 와 평생 농사짓고 자식 키우며 집 안과 밖에서 맡은 책임을 다 하고 사는 우리네 마음은 다 똑 같은 거구나 싶었습니다.

사람이 먼저를 외친 대통령이 뽑혔고 새로움을 강조하고 사람중심을 강조하던 후보들이 지자체장에 선출되었습니다만 여성농민의 답답함이나 어려움이 해결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지자체 농정이었는데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농정공약에 대한 간담회를 한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참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농업의 현대화와 기술개발 적극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스마트팜을 연구· 보급한다 합니다. 반려동물 놀이터 확충,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지원 등의 동물행정체계 정비와 반려동물을 위한 여건을 만들겠다는 내용은 A4용지의 한 면이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여성농민 관련해서는 ‘여성농업인 육성지원 조례제정’이라는 단 한 줄이 적힌 농정공약을 보면서 “여성농민들이 개나 고양이보다 못 하냐”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전여농의 여성농민 공약을 말하는데 “이것도 해 달라 저것도 해 달라 하면 어쩌냐”는 농업인단체 회장의 말이 한 것도 없이 달라고만 하냐는 비난 같아 입에 쓴 침이 고였습니다.

경기도에서 먹거리 전략 수립 및 추진 방안을 연구한다하여 오랫동안 쉬어 잘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짜내 간곡하게 식량주권을 이야기했으나 농정을 책임지는 분들의 답변을 듣고 허공에 메아리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며칠 헛헛하고 속상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도지사, 시장, 군수가 바뀌었으나 우리의 답답함이나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것을 압니다. 노랫말처럼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프고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로 온 몸이 아픈,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땜에 내 시간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이 힘들고 외로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어주거나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압니다.

결국 우리가 서로의 힘듦과 어려움을 듣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함께 잠깐 눈물을 흘렸다고 생각합니다.

8월 22일,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농정대개혁 실현! 2018 전국여성농민대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립니다. 폭염 속에서 농사짓느라 고생하였을 반가운 얼굴들, 우리는 모여 우리의 요구를 외치겠습니다. 응답하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