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56] 옥수수

  • 입력 2018.08.25 13:17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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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지난해에는 귀농 후 처음으로 텃밭 한쪽에 옥수수 30여 그루를 심었다. 그 옥수수는 미흑찰옥수수로 영동지역의 특산물이고 맛이 좋다고 하여 윗집 과수원 김선생께서 종자를 준 것이었다.

약 3개월 동안 열심히 키웠다. 이제 내일이나 모래쯤이면 수확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다음날 아침에 농장에 가보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멧돼지가 농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30여 그루의 옥수수는 거의 다 꺼꾸러져 있었고 잘 익은 옥수수만 모조리 먹어 치웠다. 황당하기도 하고 화도 났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지난해 옥수수 농사는 멧돼지에게 헌정하고 말았다.

첫 옥수수 농사를 망치니까 옥수수가 더 먹고 싶어지는 이상한 심리가 작동하여 꽤 많은 옥수수를 주위에서 얻어먹었다. 맛도 너무 좋았다.

암튼 멧돼지나 고라니의 침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울타리를 단단히 치거나 전기충격망을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금년 봄 농사 시작하기 전에 농장 전체에 철망을 쳤다. 홀로철망이라 하여 45mm 철봉을 5미터 간격으로 땅에 박은 다음 한망이 15미터로 되어 있는 철망을 둘러치면 되는 것인데 혼자서도 설치할 수 있다 하여 홀로철망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농장 주변이 약 200미터정도 되니까 40여개의 철봉을 박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아내와 둘이서 5일 정도 걸렸고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였다. 암튼 멧돼지와 고라니는 농장 안으로는 못 들어오게 되었다.

드디어 금년 5월 초에 미흑찰옥수수를 파종하였다. 철망이 있으니 금년에는 멧돼지가 못 들어 올 것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멧돼지가 아니라 날씨가 문제였다. 봄에는 저온으로 작물이 냉해를 입었고, 여름에는 100여년만의 폭염으로 사과는 물론 모든 밭작물들이 타들어갔다. 옥수수도 예외일 수가 없다. 텃밭에는 관수시설이 없어 물을 주느라고 노력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옥수수 밭에는 비닐도 깔면 안 된다고 하여 맨땅에 파종하였기에 물주기 작업이 수월치 않았다.

뿐만 아니라 병충해 방제와 영양소 공급도 뭔가 부족하였던지 8월경 옥수수 수확은 기대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한그루에 두 개 정도는 열려야 되지만 거의 한 개씩만 열렸고 크기도 작았다. 수확하여 겉껍질을 벗겨보니 벌레 먹은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철망만 치면 멧돼지의 습격에서 벗어나 맛있는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에는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옥수수 농사는 2년 연속 실패다. 그렇더라도 내년에도 또 옥수수 농사에 도전해 볼 것이다. 멧돼지의 협조와 자연의 도움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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