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스마트팜 혁신밸리,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입력 2018.08.25 13:14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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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농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대규모의 스마트한 기술과 시설을 판매하는 기업을 위한 것인가?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농업계의 4대강 사업’이라고 하는 농민단체의 입장은 정확한 지적이다. 농업부문의 수익은 농업의 특성상 대규모로 투자된 자본의 이자율을 넘어서기 어렵다. 과잉공급으로 가격폭락을 초래해 농업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대자본은 끊임없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대규모 투자처를 찾고 있다. 개방화시대에 외국자본이나 국내기업 대자본이나 공히 농민이든 중소상공업자든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이윤창출에 사활을 건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농업부문이 대자본의 표적시장이 된 것은 대규모 유리온실단지 사업을 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대자본에게 전쟁터와 같은 글로벌시장보다 국내농업 관련 시장은 공략하기 쉬운 상대다. 왜냐하면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농민은 자본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농정의 철학과 관점을 올바로 세워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영세자영업자 정책의 목적은 영세자영업자의 영업을 활성화시켜 그들의 소득을 지지해주는 데에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농정의 주체와 대상은 농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농정을 통해 농민·농업·농촌이 풍요로워져야 한다. 문제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의 주체와 대상이 대자본이라는 점과 농업수익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투자라는 점, 과잉생산에 의한 가격폭락을 유발한다는 점 등이다.

과거 대규모 시설농업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례는 많다. 명분은 늘 농업경쟁력 향상, 비농업부문의 자본에 의한 일자리 창출, 농민에게 부가가치 귀속 등이었다. 또 생산물의 전량 수출과 국내시장 유입 방지였다. 과연 약속이 지켜졌고 그 효과가 나타났는가? 동부팜화옹을 인수한 우일팜의 지난해 수출 비중은 33.1%라고 한다. 또 의무수출 비중을 90%에서 60%로 완화시켜줬다. 나머지 물량은 국내시장에 출하되어 토마토의 시장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한국농정> 815호).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의 가치에 대해 농식품부는 청년농민 창업, 농업노동력 절감, 전후방 사업의 발전, 수출농업 확대 등을 꼽고 있다. 개소 당 국비만 1,000억원씩 들어가는 스마트팜 밸리를 1ha 농지도 구입하기 어려운 청년농민이 운영할 수 있을까? 최근 60대의 귀농인구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50대 후반에 정년퇴직하여 귀농하고 있는데 이들은 농촌에서 장년층으로서 핵심 노동력이다. 또 농업의 전후방사업 주체는 기술을 보유하고 시설을 설치하며 부품과 수리를 담당하는 국내 스마트팜 선도업체인 LG, SK, KT 등 대기업이거나 관련 업체일 것이다. 또 2017년 농축산물 수출액은 71억5,000만달러인 반면에 수입액은 335억달러였다. 수출은 거북이 걸음이고 수입은 토끼 걸음인 마당에, 수출증대 명분은 농정 주요사업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농민이 주체가 되고 농민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것이 농정의 목적이 돼야 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조성을 서두를 것이 아니고 ‘사람 중심 농정 혁신밸리’ 조성이 급선무다. 그 동안의 농정 공백기에 시행됐던 구정권 답습 농정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폐기할 것은 과감히 폐기하고 수정할 것은 적정하게 수정해야 한다. 농업부문 적폐 청산시기를 놓친 만큼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수십 배 더 필요하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에 부합되는 농정철학을 세워 농민을 위한 농정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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