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다시 20대 청년이 된다면 여전히 나의 선택은 농촌일까?
[농민칼럼] 다시 20대 청년이 된다면 여전히 나의 선택은 농촌일까?
  • 김훈규(경남 거창)
  • 승인 2018.08.19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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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규(경남 거창)
김훈규(경남 거창)

1980년대 초반, 부모님은 ‘농촌 보다 나을 미래’에 대한 확신과 자식의 학업과 장래를 위해서 당신의 부모가 소중히 일궈오던 고향의 전답을 팔았다. 그리고 선택한 곳이 대도시 부산이었다.

20대의 마지막 해 1월에 나는 거창으로 왔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도다.

대학 시절을 학생운동으로 제법 울퉁불퉁하게 보내며 걱정을 안겨드리는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기대에 부응하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업을 잘 마친 자식이 농촌으로 가겠다고, 거기서 할 일을 찾겠다고 집을 나설 때 부모의 심경은 어땠을까?

당시 어머니는 하얀 봉투에 현금 10만원을 넣어 주셨는데, 그 금액의 의미가 무엇이었나를 굳이 확인하자면, 그 돈 다 떨어지면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농촌이 어떤 곳인데, 평생 농사만 짓던 부모도 힘들어서 빠져나온 곳에 어렵사리 공부시키고 잘 키운 어린 네가 들어가서 어쩔 것이냐! 부모 그늘도 없는 그 생면부지의 땅에서 어찌 견딜 것이냐! 그 돈 들고 가서 밥이라도 굶지 말고 잘 있다가, 돈 떨어지거들랑 어여 돌아오거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하튼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20년 가까이 소 키우고 농사짓고 농민과 같이 작당하며, 딸 아들 셋 낳고 키우며, 농협 빚도 당겨 써가며 여느 농민들처럼 농촌에서 잘 살아오고 있다. 전에는 버티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나는 그냥 잘 살고 있다.

한 달에 100만원씩 꼬박 1년을, 또 연이어 2년을 90만원, 80만원씩 매달 지급하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제도가 제법 인기다. 신청자가 많아서 추가로 지원을 더 받기도 한다. 농업에 종사하며 농촌에 살면서 필요한 영농자금 및 일반 가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지원제도다. ‘젊고 유능한 인재의 농업 분야 진출을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농가 경영주의 고령화 추세 완화 등 농업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라고 정책을 해설하고 있었다.

지원서류 중 필수항목에 영농(창농)계획서가 있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도 영농계획서 한 번 작성해 본 적 없는 사람이 많을 텐데, 신규로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작성하는 영농계획서라는 것엔 과연 어떤 내용들이 담길까 궁금하다. 3년의 정착지원과 그 이후의 설계도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농협 대출을 계획할까. 3년 동안 지원금 다 받으면 농협 빚 당겨 쓸 생각 말고 그만 도시로 돌아가라고 엄포를 놓거나 독려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제도가 시행되는 첫 해인 올해부터 궁금하고 걱정되는 것은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률이다.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의 역할 아니라도 청년의 역할은 많다. 농촌에 필요한 일자리가 굳이 농업 아니라도 창업하고 또는 취업할 수 있는 ‘농촌형(사회적) 청년일자리’의 영역을 넓혔으면 좋겠다. ‘도시 보다 나을 미래’를 농촌에서 계획하는 청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아쉽다.

도시의 ‘청년수당’이 농촌으로 와서는 무엇으로 바뀌어야 하는가는 의미가 없다. 농촌에서 역할을 찾는 귀하디 귀한 40세 이하의 청년들에게 주는 똑같은 ‘청년수당’이면 족하다. 귀농의 영역에서야 탁월한 전략과 노력으로 억대 농부의 신화적 성공스토리가 농촌을 향하는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지는 몰라도, 청년이 할 일이 있고 계속 살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농촌을 바라볼 때도 시선이 닿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협 빚을 잘 내는 방법을 안내받는 3년간의 기간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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