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구 몬산토(현재 독일 제약기업 바이엘에 합병)가 개발한 제초제의 화학성분 ‘글리포세이트’가 발암성분 물질임을 인정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의 판결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있었다. 이는 법적으로 글리포세이트의 독성을 인정한 첫 사례다. 한편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 농진청)은 지난해 1월 열린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에서 오히려 국내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출하제한 처분을 해제한 상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10일 전직 학교정원 관리노동자 드웨인 존슨(46) 씨에게 몬산토 관계자들이 2억8,900만달러(한화 약 3,264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존슨 씨는 캘리포니아 주 북부 베니시아 종합학교구역에서 2012~2015년에 걸쳐 매년 20~30회씩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 레디’로 제초작업을 해 왔다. 그 과정에서 존슨 씨는 2014년 8월 비(非)호지킨림프종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이 질병의 원인이 몬산토 제초제에 들어있는 글리포세이트 성분이란 게 존슨 씨와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 법원 배심원단은 “몬산토의 제초제가 존슨 씨 질병의 실질적인 원인”이라며 몬산토가 라운드업에 함유된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단 점을 지적했다. 글리포세이트에 발암성분이 있음에도 몬산토는 글리포세이트가 위험하지 않으며, 존슨 씨의 질병에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펴 왔다. 배심원단은 이러한 몬산토의 행위들에 대해 “악의적이고 적대적이며, 기만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법원 판결도 이러한 배심원단의 입장에 따라, 구 몬산토 관계자들이 존슨 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몬산토 측은 이에 대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존슨 씨의 변호를 맡은 브렌트 위스너 변호사는 “몬산토가 수십년간 글리포세이트와 라운드업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단 걸 증명할 몬산토 내부 기밀문서를 배심원단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몬산토가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을 자체적으로 인지했음에도 그것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한 문제가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주 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실상 미국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글리포세이트의 유독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기에, 상당히 의미가 크다는 게 서방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현재 미국엔 존슨 씨 외에도 5,000여명 이상의 암 환자들이 몬산토를 상대로 소송을 건 상태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지난 2015년 글리포세이트에 대해 “발암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글리포세이트를)조심해서 사용할 시엔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편 우리나라 농진청은 지난해 1월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에서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출하 제한을 해제했던 바 있다. 농진청은 국내외 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글리포세이트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 제한을 해제했다는 입장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농진청이 자체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제초제 제조사의 실험 결과를 재분석하는 등 해제에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진청 또한 기존의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