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육계 이어 한우·한돈도 장악하나

지역농민·협동조합 반대 빗발 ‘대기업 지배 막아야’
“신규 대형패커로 일자리 감소·농가 피해 부를 수도”

  • 입력 2018.08.19 01:1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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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하림그룹 계열사인 ㈜선진의 안성 축산식품복합단지 개발 추진은 대기업이 한우·한돈부문에 본격 진출하는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다. 자칫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이란 축산유통정책의 뼈대마저 무너뜨릴 위험성도 높다.

선진은 지난달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성 축산식품복합단지 사업의 개요를 밝힌 바 있다. 이 사업이 성사되면 수도권지역에 스마트LPC(도축장)와 육가공장을 중심으로 1일 도축물량이 소 400두, 돼지 4,000두에 달하는 대형 축산패커가 등장하게 된다. 축산패커란 축산계열화의 여러 유형 중 도축·가공장 중심의 계열화를 일컫는다.

안성지역 농민들은 하림의 농축산업 진출로 농가들이 점차 계열화사업에 종속돼 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양성면 한우농가인 김윤대씨는 “선진 도축장과 육가공장이 들어서면 인근 지역축협의 사업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며 “수도권지역의 학교급식·회사급식 진출이 예상되는데 선진은 민간기업이니 수입육도 들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안성시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지역농민인 이원흥씨는 “진정 지역 발전을 생각한다면 대기업이 들어와 농민들이 어려워지는 걸 생각해야 한다”라며 “선진이 수도권지역 급식시장을 장악하려는 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관호 안성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선진의 도축장 건립은 스마트팜 사업과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라며 “이 사업이 진행되면 하림의 축산분야 계열화사업이 더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지역축협들도 하림의 패커형 사업 진출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경인지역축협운영협의회는 지난달 회의를 열어 반대의견을 모았다. 이어 도드람양돈농협은 같은달 30일 조합원 및 임직원 일동 성명을 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도드람양돈농협은 성명에서 “선진의 도축장이 진행되면 한우·한돈산업에서마저 사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돼 육계와 같이 농민의 위탁농가화가 촉진되거나 사기업의 직영농장 확대로 축산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빌미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한, “도드람LPC공사는 안성관내 13개 협동조합이 모두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선진 도축장으로 도드람LPC공사 경영이 부실화되면 이는 곧 다른 관내 농협 및 조합원의 손실로 연결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림의 수도권 패커사업 진출은 기존 도축장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현재 경기·충청지역 도축장 가동율은 소 42%, 돼지 74%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기존 도축장이 경영난 심화로 폐업하면 되레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리고 도축장 운영비 증가가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면 농가 피해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선진의 임도축 물량이 줄어든다면 이를 맡아왔던 도축장들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유통비용 절감 및 유통효율화 등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과 거점도축장을 민간패커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하림이 패커 신설에 나서며 기존 협동조합과 민간 도축장들은 패커로의 발전이 아닌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는 “선진이 위탁농가에서 물량을 신규 패커로 들여서 판매하면 기준이 되는 고시가격이 없어진다. 투명한 가격형성이 안되니 농가들이 위축될 것이다”라며 “시장원리에만 맡겼다가는 축협을 중심으로 한 중소한우 농가들의 지속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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