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값 상승에도 수박농가 주머니는 홀쭉

폭염 이전까지 폭락 겪고
폭염엔 상품성 저하 속출
“작년보다 나을 거 없어”

  • 입력 2018.08.18 23: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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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수박가격 상승이 도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과즙과 비타민이 풍부한 수박은 여름철 더위를 달래는 으뜸 농산물로 꼽힌다.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다 보니 소비가 늘고, ‘한 통에 4만원’짜리 수박이 등장하는 등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정작 수박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가격이 부진했던 지난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수박가격의 상승세는 매우 오랜만이다. 수박 10kg 평균도매가격은 최근 5년 동안 여름 내내 1만원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8월 한때 2만원을 잠깐 넘기는 것이 고작이었을 뿐이다. 반면 최근의 평균도매가격은 2만원대 중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3일엔 2만9,0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등’이라 일컫는 이번 가격상승 직전에 ‘폭락’이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가격이 2만원대로 올라온 건 폭염이 본격화된 지난달 하순부터였으며 불과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수박가격은 1만원대 초반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최근 몇 년 계속 낮은 가격에 허덕여 왔던 수박이지만 올해는 그 중에서도 최악이라는 농민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수확시기가 빠른 호남 저지대는 자연스레 가격상승의 혜택을 피해간 꼴이 됐다. 주산지인 전북 고창에선 하우스는 물론 노지수박까지 7월 20일경이면 출하가 마무리된다. 김연호 고창황토배기수박 공선회장은 “수박가격이 3만원 4만원 한다는 얘기는 그 전에 수확을 마쳐버린 고창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올해는 많이 번 사람이 1,000~2,000원씩이나 벌었을까 대부분 마진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모처럼 수박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농민들 손에 쥐어지는 돈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5일 가락시장에서 수박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수박 상품 10kg 평균경락가는 2만4,668원을 기록했다.
모처럼 수박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농민들 손에 쥐어지는 돈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5일 가락시장에서 수박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수박 상품 10kg 평균경락가는 2만4,668원을 기록했다.

중부지역이라고 상황이 나을 것도 없다. 하우스수박은 어김없이 폭락을 겪었고, 가격이 올라온 건 폭염을 맞은 노지수박 일부다. 하지만 폭염에도 양면성이 있어서 과육이 무른 일명 ‘피수박’ 발생이 예년보다 15%가량이나 증가하는 등 작황이 크게 무너져버렸다.

신용범 진천군농민회장은 “일부 돈을 번 농가도 있겠지만, 하우스와 노지를 통틀어 보면 가격이 낮았던 작년보다 딱히 나을 게 없다. (폭염이 온) 지금의 수박 수요도 결코 많은 편이 아니고 대체되는 과일이 많아 수박가격은 앞으로 쭉 하향 추세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수확시기가 가장 늦은 강원 양구군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양구 수박은 7월 20일경부터 수확을 시작하는데, 중소농이 많아 포전거래가 특히 활성화돼 있다. 올해 이 지역 포전거래 가격은 통당 1만원~1만2,000원 정도로 지난해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준기 전 양구군농민회장은 “수박값이 올라봤자 유통하는 사람들만 돈을 벌지 이 지역 생산농가들 소득은 거의 똑같다. 농협 계통출하를 하면 상품가격은 포전거래보다 더 받지만 중하품 가격은 형편없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현재 노지수박 출하가 양구 지역까지 마무리되고 지역별로 2기작 수박 출하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가격은 여전히 높지만, 2기작은 재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생육기에 폭염 피해를 정통으로 받아 작황이 더욱 나쁘다. 100을 심어 50~60을 수확하는 수준으로, 음성·진천 지역에선 벌써부터 2기작 수박을 갈아엎고 작목전환을 하는 농가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에게도 달갑잖은 가격상승이지만, 이 여름이 더욱 야속한 것은 농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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