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농업용수로 인명사고

충남 당진서 80대 할머니 익사 … 지역주민들 “농민 무시 말고 대책 세워야”

  • 입력 2018.08.18 14:07
  • 기자명 김희봉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서 최일순 할머니가 농업용수로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고지점을 아들 황선학씨가 가리키고 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서 최일순 할머니가 농업용수로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고지점을 아들 황선학씨가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26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석포리에 사는 80대 최일순 할머니가 농업용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석포리에서 10km가 떨어진 월곡리 수로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농업용수로 인명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공사) 당진지사가 예산을 핑계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최씨의 아들 황선학씨는 “가로가 1.8m 깊이 1.5m인 용수로는 젊은이들도 위험하다. 철책이나 난간 하나 설치돼 있지 않고, 길 옆이라 고령 노인에겐 더 위험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공사에 찾아가 항의했고 “개선하겠다”는 답변은 들었지만 사후약방문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마을 이선순 노인도 “공사가 노인들 위해서라도 안전시설부터 먼저 설치했어야 하는데 농민이라서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광석 공사 당진지사장은 “찾아가 조문도 했고 지난 13일 황씨가 찾아와 개선해달라기에 현장을 둘러보고 도로 편제로 해서 일정 부분 안전난간을 설치하기로 했다. 다만 당진지사가 관리하는 용수로가 3,800km인데 모두 다 안전시설을 설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본사에 요청해서 난간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현실은 구조물 개보수하기 급급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영수 당진시청 건설도시국장은 “전체적인 용수로 안전시설에 대해 파악해보진 못했으나 지난번 돌아보니 미흡한 부분이 간선수로 위 도로교각에 다리난간이 없어서 공사 관계자를 불러 빠른 보완을 요구한 적은 있다”며 “용수로 안전시설에 대해 공사에 알아보고 예산이 꼭 필요하다면 확보해서 이런 부분에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연숙 당진시의원은 “신평면 거산리의 도심 한복판을 지나가는 대형수로에서 지난 10년 동안 4명이 죽었다”면서 “주거지 인접 용수로가 농촌의 위험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섭 당진시농민회 부회장은 “몇 년 동안 여러사람이 죽었고 농기계와 차량 추락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데도 방치하는 안전불감증 적폐 농어촌공사를 해산하라”며 “당진시도 도심지역의 안전시설이나 편의시설은 잘 설치하지만 농민들은 노골적으로 홀대하고 있다”며 격분했다.

사고지역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박영규씨도 “이정도 깊이의 수로에 물을 가득 내보내면서 안전에 대한 무방비 상태로 나몰라라하는 농어촌공사의 배짱에 할 말을 잃었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사고가 났다면 정부와 사법당국이 가만히 뒀겠나”라고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당진에는 주거지와 초등학교, 어린이집 인접지역에 버젓이 농업용수로가 복개되거나 철조망도 없는 게 태반이다. 농업용수로가 농촌의 지뢰밭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농업용수로 인사사고는 당진만이 아니라 공주, 논산, 예산 등 충남 관내에서도 파악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