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열매’ 아로니아의 위기

생산 과잉에 폴란드산까지 ‘악재’ … 단양 농민들 “지원보다 생산비 보장 필요”

  • 입력 2018.08.18 13:52
  • 수정 2018.08.19 21:2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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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아로니아 수확철을 맞아 생산 과잉에 의한 가격폭락이 예상되자 농가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충북 단양군 단양읍에서 열린 아로니아축제 행사장 모습.
아로니아 수확철을 맞아 생산 과잉에 의한 가격폭락이 예상되자 농가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충북 단양군 단양읍에서 열린 아로니아축제 행사장 모습. 한승호 기자

수확철을 맞이한 충북 단양의 아로니아 생산 농가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 폭락이 예상돼서다.

단양군은 지난 2012년부터 아로니아를 특화작물로 집중 육성했다. 4,000원인 묘목값의 절반을 지원하고, 농가마다 저온창고를 짓는 비용도 지원했다. 또한 가공센터를 설립하고 농민들에게 위탁운영하며 운영비도 지원했다. 매해 수확철인 8월에 열리는 축제도 지원했다.

왕의 열매라는 별칭을 얻은 아로니아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열풍이 불며 육성 초창기엔 농가소득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인기는 시들해졌고 돈이 된다는 소문에 타시군도 육성에 나서며 생산량 증가가 뒤따랐다. 제주도부터 휴전선까지 아로니아를 심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수입량이 폭증한 폴란드산 아로니아도 문제가 됐다.

지난 14일 대강면에서 만난 아로니아 생산 농민 A씨는 “단양군에서 묘목값을 지원했다. 품도 많이 안들고 농약을 안쳐도 잘 자라고 초창기엔 가격도 좋아 웬만한 농가에선 다 심었다. 그렇다보니 타 시군에서도 너도나도 지원했고 수확량이 늘어 과잉공급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단양군의 아로니아 재배 농가는 2016년 기준 377가구로 면적은 137만4,026㎡에 달한다.

또한 그는 “국내 가공식품 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우리 것을 쓰지 않고 폴란드산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A씨는 “단양군에서 처음엔 판매까지 다 해줄 것처럼 얘기하곤 손을 놓았고 농협도 이렇다 할 역할이 없다. 가공센터도 3차례 수매를 하면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그 마저도 1회에 한 농가당 300kg으로 제한해 큰 도움이 안 되고 있다”며 “농민들이 농사에 직거래까지 하고 있지만 판로가 불투명해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폐원을 고민 중인 농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단양군이 나서 판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원보다는 생산비가 보장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엔 축제 기간 동안 1kg에 7,000원 정도에 판매했지만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는 게 생산 농가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가공센터엔 2013년 가동 이후 재고가 발생한 적이 없지만 지난해엔 50톤의 재고가 발생했다.

또한 24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올해 축제엔 6,000원 선에 판매할 예정이지만 생산 농가들은 비관적이다. 전남지역에서 이미 1kg 1,700~1,800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다 인터넷쇼핑몰에서도 올해 생산한 햇아로니아가 1kg에 3,9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어서다.

전국아로니아비상대책위원장인 홍용식 단양군아로니아생산자협의회장은 “가격폭락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수확을 포기할 정도”라며 “FTA 피해보전직접지불금 및 폐업 지원대상 품목에 아로니아를 넣어주거나 정부가 수매해서 가격안정을 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두부과자, 잼, 식초분말, 곤약젤리 등 신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국의 아로니아가 다 무너져도 단양 아로니아는 살아남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한편, 단양군은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지자체 차원에서 세울 수 있는 대책이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가는 가운데 정부차원의 해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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