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면 재해 보상금 받으면 되지 않냐”

밀양 지방도 확장 공사로 고추밭 물난리
침수 우려 얘기했지만 기관서 공사 강행
억울함 호소한 농민에 비수 꽂은 관계자

  • 입력 2018.08.19 00:1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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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내린 비에 임대한 밭 200평에 심은 콩이 전부 물에 잠겼다. 신무용씨 제공
지난달 내린 비에 임대한 밭 200평에 심은 콩이 전부 물에 잠겼다. 신무용씨 제공

밀양시 무안면 중산리의 한 농민이 경상남도가 추진 중인 ‘지방도 1080호선 확장 공사’로 침수 피해를 입어 재배하던 작물이 모두 고사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산리에서 고추 등을 재배하는 신무용씨는 “2015년 무안~고라간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됐고 지난달 내린 비에 고추 1,050평과 콩 200평 등 재배하던 작물이 침수 피해를 입어 고사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공사 전부터 배수 불량으로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관계자에게 지속적으로 얘기했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신씨는 “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침수가 된 것도 아니고 밭이 잠기면 재해 신청해서 보상금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얘기했는데 그 때 정말 황당했다. 지금은 또 침수되니까 공사로 인한 게 아니라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청 도로과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 피해를 본 곳의 지형 자체가 그 일대에서 제일 저지대에 위치하고 물길도 그 쪽으로 형성돼 있어 침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원인께서는 도로 확장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말씀하시는 데 수로 계산이라든지 전부 검토를 해서 설계한 것이고 시공에서 잘 못 된 게 없기 때문에 공사로 인한 피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신씨는 “아버지 때부터 그 곳에서 농사를 지어왔고 밭이 물에 잠긴 적이 없었다. 공사 이후 밭이 잠겼고 시설 하우스 고추가 전부 고사했는데 원인이 아니라고 하니 답답하다”면서 “공사하면서는 걱정 말라 하더니 피해가 발생하니 나 몰라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해 놓고 지금 동네 주민들도 잔잔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남도청 관계자는 “침수된 농경지 뒤편에 산이 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에 대한 배수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한 배수계획은 다 정비가 돼 있기 때문에 민원인을 찾아가 잘 설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농민과 공사 시행 주체인 경상남도 간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확한 침수 원인 파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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