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임기 끝나면 특화작물 육성도 ‘원점’

고창 복분자, 연작장해에 나무 고사까지 농가 고충 심화
생산지원 전무 … 국비 쏟은 클러스터·연구소도 유명무실

  • 입력 2018.08.19 00:04
  • 수정 2018.08.20 09:4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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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3일 김동환 부안면 복분자 작목회장이 식재 3년차 수확을 마치고 고사한 자신의 복분자 밭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13일 김동환 부안면 복분자 작목회장이 식재 3년차 수확을 마치고 고사한 자신의 복분자 밭을 살펴보고 있다.

전라북도 고창군에선 복분자 육성에 열을 올리던 지자체장이 바뀌며 담당 인력까지 사라져 연작장해와 작물 고사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고창군에서는 1993년부터 복분자 재배를 지원했다. 농가 소득작목 및 지역 특화작물로 육성하기 위해 묘목을 무상으로 지원했고 식재 장려금과 인건비를 보조했다. 2008년부턴 국비 234억원과 도비 99억원, 군비 351억원을 들여 고창군 부안면 용산리에 복분자 테마파크, 연구소 등 연관 사업을 집적한 복분자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고창군의 복분자 재배면적은 2009년 1,455ha로 정점을 찍었고 사업에 많은 예산을 들여 복분자는 지역 특화작물로 온전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생산량 증가와 재고 과잉 등에 의해 가격하락을 겪기 시작했고 새로 부임한 군수가 아로니아·멜론 등 다른 작목을 육성하면서 복분자는 외면 받게 됐다.

지난 13일 고창군에서 만난 김동환 부안면 복분자 작목회장에 의하면 복분자는 원래 인삼처럼 연작장해가 나타나는 작목이다. 보통 식재 이듬해부터 8~9년간 수확이 가능하지만 최근엔 3년도 채 못 넘기고 나무가 말라죽는 현상이 발생해 재배 가능면적이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김 회장은 “연작장해를 극복할 품종 개량 등 연구가 시급하다. 더욱이 지금은 작물이 고사하고 있는 데 그 원인조차 모른다. 두 번 수확하고 나면 그 밭엔 더 이상 복분자를 심을 수 없는데 이렇게 가다간 곧 농사를 짓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4년 전 군수가 바뀌면서 담당자도 없어졌고 복분자 관련 사업도 추진되질 않았다. 2016년엔 국비랑 군비 총 30억원을 들여 3년간 ‘복분자 6차산업화 지구조성 사업’을 추진한다더니 국문학 교수가 사무국장으로 와서 요리 교실을 열고 가수를 불러 콘서트를 했다. 최근엔 물놀이장도 개장했던데 정작 중요한 생산 지원 사업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흔적만 남은 채 운영 여부를 알 수 없는 전라북도 고창군 무안면의 고창복분자주식회사와 고창복분자클러사업단.
흔적만 남은 채 운영 여부를 알 수 없는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의 고창복분자주식회사와 고창복분자클러사업단.

실제 고창군에선 생산 농가를 지원하는 사업이 없다. 이수경 군청 원예특작팀장은 “과거에 지원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가공이라든지 체험 관광 등에 예산을 할애하다 보니 생산 분야엔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최근 생산량도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어 앞으로는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분자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만든 복분자연구소 역시 2015년 ‘베리&바이오식품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해 생산 관련 연구 보단 기능성 및 발효미생물, 천연물 등 기업체 대상의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선 복분자 시험장도 정리됐을 뿐더러 대부분의 인력을 귀농·귀촌인을 위한 체류형 영농교육사업에 쏟고 있다.

정서경 농업기술센터 특화작물팀장은 “복분자 고사의 경우 그 원인을 과다 시비와 관수 등으로 보고 있다”며 “농민들을 상대로 영농교육과 지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부턴 보다 적극적으로 각 읍·면마다 시범포를 운영해 농민들이 재배 기술을 직접 눈으로 보고 적용할 수 있게 사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복분자는 뿌리가 얕게 분포하는 천근성 작물이기 때문에 물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우리도 안다. 기술센터에선 작물 고사 원인을 물 관리 잘못이라 얘기하는 데 관수시설 설치해 물 댄 밭과 아닌 밭에 차이가 없다. 거기다 가격도 보장이 안 되는 데 농가 입장에서 선뜻 투자를 결심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기간 끝나면 성과도 없이 사라질 사업단 조성해 연구용역 주고 시제품 만드는데 억대 예산 들일 게 아니라 건강한 모종과 재배 기술 개발에 꾸준한 의지를 갖고 힘써줬음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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