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직불제의 역사

농업선진국은 지금

  • 입력 2018.08.12 11:2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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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프랑스를 비롯해 EU에 가입된 국가라면 어디든, 농업직불제에 관해서는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CAP)을 따릅니다. CAP는 EU가 유럽공동체(EC)였던 시절인 1968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서독,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6개국이 공동농정을 목적으로 설립한 초기 CAP는 시장통합과 경제적 연대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가입국내 농산물에 대한 관세가 폐지돼 프랑스 등 농업강국들은 농산물을 낼 수 있는 시장이 넓어졌습니다. 대신 다른 산업의 생산품을 국내에 개방하는 것으로 농업 비중이 낮은 나라들과의 형평성을 추구했습니다. 예를 들면, 공업이 발달한 서독이나 네덜란드는 공산품을 더 나은 조건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의 CAP는 ‘직불제’로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농가 소득 보전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EU는 CAP 예산의 약 70%를 직불제에 할애하고 있고, CAP 예산은 연간 200조원에 달하는 EU 전체 예산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CAP가 처음부터 직불제의 형식으로 농가소득보전을 시도했던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까지는 생산지원과 수매를 통해 가격을 지지하는 형태로 농가들을 도왔습니다. 이 방법은 식량 자급률 달성에는 성공했지만 과잉생산을 야기해 농정당국의 비용부담을 가중시켰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ha당 일정금액을 지불하는 보상직불제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 농정의 소득보전 정책이 흘러온 길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21세기 이후 CAP의 직불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농사만 지으면 농가에 보조금을 직접지불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농사규모에 따라 변동되는 기본직불제와 더불어 친환경적인 농사를 짓거나, 규모가 적거나, 젊은이가 농사에 뛰어들 경우 기본직불금 외에 추가로 보조금을 줍니다.

CAP의 이러한 변화는 EU가 농업을 단순히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농업이 식량안보와 환경 분야에 있어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그 종사자들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농정을 펼치게 된 것이죠. 그렇긴 하지만, 이 진보된 직불제도 농민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난 1988년 110만여 가구였던 프랑스의 농가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에는 약 45만 가구만이 남았습니다. EU의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네비브 사비니라 비아캄페시나 유럽조정위원은 2016년 말 <한국농정>이 연 직접지불제에 관한 국제토론회에서 “EU의 공통농업정책은 실제로는 그렇게 ‘공통적’이지 않았다”면서 “ha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소농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농정이 소농 보호를 통해 종다양성 및 환경 보전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EU의 이러한 현상은 ‘다른 의미’로 참고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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