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폭염에 과수·채소 피해 급증 추세

경북지역 과수농사, 봄철 냉해 이어 폭염까지 엎친 데 덮친 격
피해 품목도 면적도 늘어만 가 … “농민에 실제 지원 돌아가야”

  • 입력 2018.08.12 10:4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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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자연재해에 농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폭염은 해당지역에서 현재의 작목을 농사짓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하는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

경북 김천시는 국내 자두의 27%를 생산하는 자두 주산지다. 그러나 지난 봄철 냉해에 이어 폭염까지 겹치며 흉작이 예견된다. 지난 6일 찾은 김천시 농소면지역의 자두밭은 폭염피해로 크지 못한 채 물러져가는 자두가 따가운 햇볕에 노출돼 있었다. 자두를 반으로 쪼개니 속부터 갈변현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자두농사를 짓는 김옥겸씨는 “갈변현상은 자두 스스로 온도를 유지하려 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속에서부터 시작한다”라며 “색이 달라지면 상품성이 없다. 게다가 올해 봄엔 냉해를 입어 기형과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수확량은 평년 대비 40%는 줄 것 같다. 그마저 중간과는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이제 자두 품목이 이 지역에서 맞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지역에서 감 농사를 짓는 위강씨는 “너무 뜨거우니까 감이 꼭지가 빠지며 흐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위강씨의 감밭 바닥엔 꼭지가 마르며 떨어진 감 열매들이 깔려 있었다. 인근 냇가에서 물을 퍼 스프링클러를 돌리고 있지만 냇가도 거의 말라가는 상태다. 위씨는 “11월 수확인데 벌써 나뭇잎이 말라 낙엽이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나무 한 그루당 20㎏은 따야 하는데 이래선 몇 개 수확하지도 못하고 상품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설하우스 농가도 애를 먹고 있다. 역시 농소면의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박경범씨는 “온도가 올라가면서 새순이 나오지 않는다. 우린 벌을 이용해 수정을 하는데 벌도 더워서 나오질 않는다. 최근 열흘간 맺힌 열매가 없다”고 혀를 찼다.

지난 6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의 한 과수원에서 지속된 폭염에 일소(햇빛 데임) 피해가 생긴 복숭아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썩어가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의 한 과수원에서 지속된 폭염에 일소(햇빛 데임) 피해가 생긴 복숭아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썩어가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박금규 김천시농민회 사무국장은 “과수농사는 일교차가 있어야 성장하는데 주야 기온이 모두 높다”면서 “한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관정을 파려 해도 지하수 수위가 많이 내려가 하늘만 보는 밭들이 많다”고 지역상황을 전했다. 박 사무국장은 “김천시에서 사과와 포도는 탄산칼슘을 제공하기로 하고 수요조사를 했다. 농민들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과수뿐 아니라 채소·특작 등으로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가 지난 8일까지 폭염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조사한 결과, 과수 피해면적은 556.4㏊(전국 801.2㏊)였으며 수박, 고추, 배추 등 채소 피해면적도 229.3㏊(전국 314.9㏊)에 달했다.

현재까지 폭염피해는 경북지역에 집중돼 있다.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피해범위는 날이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충북 청주시 미원면의 일부 배추농가들은 폭염으로 수확조차 포기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에서 만난 한 고추농가는 “잎이 타고 고추가 점차 말라들며 많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제 3번째 수확하고 있는데 비가 오지 않아 물을 못 주니 고추가 눈에 띄게 제대로 맺히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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