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불타는 농촌 여기도 사람이 있다

  • 입력 2018.08.12 10:44
  • 수정 2018.08.12 17:0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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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올 여름 폭염이 대단하다. 물을 제 때 주지 못한 밭은 싹마저 제대로 틔우지 못했다. 열화상카메라로 보니 지표면 온도는 섭씨 50도를 훌쩍 넘겼다. 열화상카메라 속 밭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게, 낮을수록 푸르게 보였다(왼쪽 작은 사진). 여전히 뜨거웠던 지난 6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의 들녘에서 한 여성농민이 비료를 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 여름 폭염이 대단하다. 물을 제 때 주지 못한 밭은 싹마저 제대로 틔우지 못했다. 열화상카메라로 보니 지표면 온도는 섭씨 50도를 훌쩍 넘겼다. 열화상카메라 속 밭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게, 낮을수록 푸르게 보였다(왼쪽 작은 사진). 여전히 뜨거웠던 지난 6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의 들녘에서 한 여성농민이 비료를 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 여름 폭염이 대단하다. 물을 제 때 주지 못한 밭은 싹마저 제대로 틔우지 못했다. 열화상카메라로 보니 지표면 온도는 섭씨 50도를 훌쩍 넘겼다. 열화상카메라 속 밭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게, 낮을수록 푸르게 보였다(왼쪽 작은 사진). 여전히 뜨거웠던 지난 6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의 들녘에서 한 여성농민이 비료를 주고 있다.한승호 기자
올 여름 폭염이 대단하다. 물을 제 때 주지 못한 밭은 싹마저 제대로 틔우지 못했다. 열화상카메라로 보니 지표면 온도는 섭씨 50도를 훌쩍 넘겼다. 열화상카메라 속 밭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게, 낮을수록 푸르게 보였다(왼쪽 작은 사진). 여전히 뜨거웠던 지난 6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의 들녘에서 한 여성농민이 비료를 주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6일, 서울엔 장대비가 내렸다. 일부 지역에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를 들으며 길을 나섰다. 서울 외곽을 지나자 비는 그쳤다. 하늘에 구름은 꼈지만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강렬했다.

충북 청주시 미원면 어느 산골을 지나면서 밭일을 하는 두 노부부를 만났다. 들녘엔 노부부 뿐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밭 주변 제초에 열중하는 어르신에게 인사를 했다. 눌러쓴 모자가 가리고 있던 검은 얼굴이 나왔다. 땀이 쏟아지는 얼굴을 보고 인사를 건넨 사람이 더 놀랬다.

“오전엔 구름이 있어서 나왔는데 이제 마치고 들어가야지. 산에 멧돼지가 내려오거든. 그래서 풀 베고 울타리를 치려고.”

20여일 전에 심었던 팥은 이제야 겨우 싹이 텄다. 한 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고 폭염만 기승을 부리니 싹이 나오질 않는다. 마을에 있는 관정은 논에 물대기도 빠듯하다. 이 밭까지 차례가 오진 않을듯하다.

“고추농사도 짓는데 고추가 말라 비틀어 떨어져 좋지 않아. 몇 년째 가물어서 이제 중대형 관정을 들여서 100m는 뚫어야 하겠지.”

이 밭에서 길을 한번 돌아가면 저수지가 나온다. 그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밭에 비료를 주던 할머니도 땀 범벅이다. 더운데 고생한다며 한참 젊은 사람을 걱정한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밭의 지표면 온도는 섭씨50도를 넘었다.

같은 날, 경북 김천시 농소면에도 비는 오지 않았다. 열화상 카메라로 본 풍경은 빨갛거나 노랬다. 잎은 말려들어가고 열매는 햇볕에 데인 과수원도 물이 급하다.

“스프링클러로 주는 물은 양분이 없어. 그나마도 못 주는 형편이지.” 가뭄이 겹치며 김천 산골마을 일부는 상수도도 말라 버렸다. 오전에 잠깐 급수되는 물로 폭염을 견딘다고 한다. 관정도 마르고 냇물도 말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선 폭염이 장기화되자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여러 대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다음날인 7일 농식품부는 ‘농축산물 폭염 피해 최소화에 관계부처 총력 지원’을 발표했다. 긴급급수 1차 지원 30억원에 2차 지원 48억원이 추가된다. 또, 현장기술단을 30개반 179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전국 방방곡곡에 스며들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폭염피해 규모는 9일 현재 1,700㏊를 넘었다. 이달 내내 무더위가 계속되면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터다.

정부는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자 전기료 인하 대책을 내놓았다. 나아가 기후변화에 따른 전기료 누진세 완화도 검토하는 모양이다. 반면, 농식품부는 최근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시장에 대대적으로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수급대책을 내놓았다. 밭을 살려보겠다고 50도가 넘는 땅에 서있는 농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정병석 농식품부 서기관은 폭염대책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올해 특별히 피해가 큰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어떤 위기감도 찾을 수 없는 답변이다. 이 농식품부가 20㏊ 규모의 스마트팜 혁신단지 1개소에만 최소 1,500억원을 쏟아 부을 작정이다.

농식품부는 무엇을 급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특별하게 여기고 있는가. 농식품부의 정책집행 우선순위에서 농민은 어디쯤에 있는건가. 타드는 들녘에, 말라버진 관정에, 땀 범벅인 농민의 얼굴에 그 어디에도 농식품부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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