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 동티모르 총회 참관기

  • 입력 2018.08.11 23:36
  • 기자명 조영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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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 스텝)]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총회 개회식.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총회 개회식.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함께 하고 있는 비아캄페시나는 1년에 한 번 동남동아시아 지역 단위에서 총회를 가진다.

2018년도의 개최지는 바로 웬만해서는 살면서 가볼 일이 없을 동티모르였다. 올해 처음 지역 스텝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나는 이 낯선 나라에서 과연 9개국 10개의 참가 조직들이 무사히 행사를 잘 마치고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며칠간 밤잠을 설쳤다.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위치한 동티모르는 강원도 크기도 되지 않는 면적에 120만여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작은 나라다.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했으나, 국내 정치적 상황이 혼란한 틈을 노린 독재자 수하르토 하 인도네시아에 다시 점령당한다. 인도네시아의 신식민주의적 전쟁에 대항하는 독립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민간인들이 무참히 살해되었던 1991년 산타쿠르즈 대학살 이후 동티모르의 독립 문제가 국제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가시화 되었고, 1998년 수하르토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독립의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동티모르는 UN과도행정기구를 거쳐 2002년 공식적으로 독립한다.

현지 조직 모카틸(Mokatil)의 역사 또한 길지 않다. 모카틸의 전신 하사틸은 현장 농민들로 구성된 조직이라기보다는 NGO에 가까웠는데, 2001년부터 비아캄페시나를 통해 국제연대 활동을 하며 농민 조직화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이에 2011년부터 조직의 성격을 바꿔 진정한 농민 운동인 모카틸을 창립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2018년 7월 28일은 모카틸이 일곱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된 동티모르 일정은 1) 농민 협동조합에 관한 토론회, 2) 여성 총회, 3) 본 총회, 4) 딜리 시내 투쟁 역사 기행, 5) 지역 센터 및 모비시 생태관광 마을 답사로 이뤄졌다. 특히 올해부터 모카틸의 아르세니오 회장이 동티모르 협동조합청장(Secretary of cooperative) 자리를 역임하게 되면서, 이번 회의를 동남동아시아 지역 농민들이 직접 경험했던 협동조합의 역사, 시행착오를 듣고, 자국 농민들을 협동조합을 통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자 했다.

간이역 같은 공항을 시작해 딜리 시내와 모비시 마을로 가는 경관을 보면서 하나의 국가가 만들어져가는 중에 있음을 체감했다. 지금과 같은 결정적 시기에 무분별한 개발 압력과 시장 논리로부터 휘둘리지 않는 것이 동티모르의 사람들과 자연이 가지는 권리를 지키는 데 핵심일 것이다. 아직까지 상업시설들이 들어차지 않은 맹그로브 해변과, 누구든 뛰어들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바다가 사라지지 않기를.

(엄지발가락만한 바퀴벌레들과 함께 하긴 했으나) 우려했던 것과 달리 짧은 일정 속에도 동티모르의 역사와 농민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역 차원에서 연대의 의지를 다졌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모비시 생태 마을의 어르신들이 연대와 환영의 의미로 주었던 부아 열매와 말루스 잎의 씁쓸한 향이 아련하게 남아 잊히질 않는다. 거꾸로 “우리는 우리의 민중을 먹여 살리고, 운동을 세워, 세상을 바꾼다”라는 비아캄페시나의 외침이 현지 농민들 마음에 잔잔히 계속 울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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