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55] 젊은 농부의 굵은 땀방울

  • 입력 2018.08.11 21:25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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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농촌에서 젊은 30~ 40대 농부는 귀할 뿐만 아니라 또 귀하게 여겨야할 분들이다. 다들 어렵다고 꺼리는 농사일을 하며 아직 어린 자녀들과 함께 농촌에서 살아가는 저들을 보면 대견스럽다.

이곳 양양으로 귀농·귀촌한 이후 최근에서야 4~5년 전 나보다 먼저 귀농한 젊은 농부 몇 가정을 알게 되었다. 아직 많은 얘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자주 만나 얘기하고 싶은 가정들이다. 40대 초중반의 젊은 부부들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한 만큼 농업과 농촌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 작목은 느타리버섯, 아로니아, 미니사과(루비에스), 감자, 옥수수 등 매우 다양하다. 각자의 여건에 따라 젊은 나이에 귀농·귀촌하여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4~5년 정도 지난 지금 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키워야 하고 교육도 시켜야 되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농사만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들이 귀농·귀촌을 결심하였을 때 떼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자연환경과 더불어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부업으로 두 가정은 치킨집을 인수하여 공동운영하기로 했다고 하고, 또 한 가정은 정암해변 인근에 펜션과 카페를 얼마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 농부들이 이렇게 부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며칠 전 지인이 내려왔기에 저녁에 치맥이나 한잔하자고 해서 낙산해변의 K치킨집으로 통닭 한 마리와 감자튀김을 사러갔다. 집에서 차로 10여분 밖에 걸리지 않기도 하지만 이 치킨집이 바로 그 두 젊은 농부 가정이 공동운영하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가게로 직접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잘 안 돌아가는 찜통가게에서 두 부부 농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치킨을 굽고 그릇에 담고 배달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몇 마디 안부인사만 하고 치킨을 사들고 가게를 나왔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농부, 특히 젊은 농부는 농사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렇게 부업에까지 매달려야 하는지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였다. 농촌은 하루가 다르게 노쇠해 가고 있고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이 젊은 농부가족들이 농사일 아닌 것에 저토록 땀 흘리게 하는 것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새로 들어오는 청년농민도 좋고 은퇴자의 귀농·귀촌도 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미 귀농·귀촌해 있는 젊은 농부들이 땀 흘려 짓는 농사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우리사회와 국가가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저들이 오래도록 차세대 우리의 농업·농촌을 지켜야 하는 보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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