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제한구역 내 축사 폐쇄 않으면 행정처분 불가피”

농식품부 “의지 있는 농가 위해 노력할 것”

축산단체 요구 형평성 안 맞는다며 불수용

  • 입력 2018.08.11 21:21
  • 수정 2018.08.12 17:2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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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지난달 26일 정부가 원활한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축산단체의 44가지 요구사항 중 37가지를 수용했다며 제도개선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축산단체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적법화를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제도개선은 수용되지 않은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축산단체는 ‘범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도록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전문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정부의 제도개선 무엇이 문제인가

축산단체가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은 △타 법률에서 정한 가축분뇨법 내 규제 적용 제외 △교육환경보호구역내 학교·축사간 거리 완화 △개발제한구역·군사시설보호구역·공원자연환경지구 내 축사면적 상향 △지적측량수수료 감면 △건폐율 상향조정이다.

정부는 위 내용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가 농가간 또는 같은 법을 적용받는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용도의 건물은 다 같은 제재를 받고 있는데 축사라는 이유로 법 적용을 완화하는 것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관계부처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법률의 개정이 어렵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입지제한구역·건폐율과 관련한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음으로 인해 5,000여 농가가 적법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원탁 축산정책과 사무관은 “적법화가 불가능한 부분은 잘라내고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법화를 하겠다는 농가를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준 것이 37가지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이라며 “건폐율을 초과했다거나 다른 사람의 토지를 점거한 부분을 잘라내지 못하겠다면 행정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적법화 신청서를 접수한 농가는 모두 9월 24일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다. 제도개선이 되지 않아 적법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농가라도 신청서를 냈다면 ‘언제부터 축사의 측량을 하겠다’는 계획을 적어 이행계획서를 내면 된다는 것인데 적법화를 할 수 없는데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축산물 공급에 영향 없을 것”

최명철 축산정책과 과장은 “5대 축종 사육허가대상은 12만2,000호다. 무허가축사는 6만5,000호로, 1·2단계 대상농가는 5만9,000호이다. 그 중 1만4,000호는 적법화를 완료했고, 1만8,000호는 측량을 하고 강제이행금까지 낸 농가들이다. 5월 말을 기준으로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측량 중인 농가가 9,000호인 것까지 더하면 4만1,000호는 적법화를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라며 “제도개선을 기다리던 농가 1만8,000호 중 2,000여 농가는 사실상 포기상태인 것으로 파악했으며 1만6,000호 중 몇 호가 추진하는지에 따라 적법화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축산업 신규진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축산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 과장은 또 “홍성에도 20개 농가가 신규진입을 준비 중에 있다. 신규농가가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축산물 수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현재 적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농가들이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게 우리의 기본적인 뜻”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가축분뇨 … 근본 대책 실종

결국 축산이 규제 앞에 놓이게 된 것은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가축분뇨법은 2014년 무허가·미신고 배출시설의 사용중지·폐쇄명령을 골자로 개정되면서 그 목적이 가축분뇨 배출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변질됐다.

그러나 무허가축사를 폐쇄한다고 해서 가축분뇨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 과장은 “무허가축사 문제 해결이 곧 환경문제 해결이라 보진 않는다.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는 따로 종합대책을 수립 중이며 지속가능한 축산으로 (정책방향을) 조정할 때”라고 말했다.

개정된 가축분뇨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환경부가 축사 악취 민원, 가축분뇨 배출에 대해 가진 계획은 오직 ‘규제’ 뿐이다. 그렇다면 농식품부는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최 과장은 “통계를 보면 가축분뇨의 자원화율은 90%가 넘게 나온다. 그것은 농가 개인이 처리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인데, 그게 실질적으로…(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악취나 분뇨문제는 환경부 소관이어서 그동안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며 “이제 농식품부가 축산 환경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단계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축산단체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제도개선 항목의 수용과 더불어 이행계획서 제출기한을 9월 24일에서 내년 3월 24일로 6개월 추가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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