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대책에서도 농업은 뒷전

기후변화 피해 온 몸으로 고스란히 … 농업분야 범정부 대책 필요

농작물·가축 재해보험, 폭염 기본보장하고 정부지원 비중 높여야

  • 입력 2018.08.11 21:18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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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올해 우리나라는 봄에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졌고 여름에는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들었다. 사하라 사막에 40cm의 눈이 쌓였고 올 초 호주에서는 최고기온이 47도에 달했다고 하니 기후가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농작물은 국민의 소중한 먹거리이기 전에 농민들에게는 생계수단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작물을 돌봐도 결국 ‘농사는 하늘의 뜻’이다. 전국 여기저기서 작물이 타죽었다. 강렬한 햇빛과 한 달 동안 내리지 않은 비에 마르고 뜨거워진 땅은 작물을 품는 족족 고사시켰다.

현재 하늘의 뜻으로부터 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보험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가입률이 30%인 농작물 재해보험만으로는 기후변화 앞에서 농업과 농민을 보호하기 어렵다. 더구나 농민들에게 재해보험은 일차적으로 가격부담이 높은 벽이고, 재해로 인정받아 보상받기가 까다롭다는 실효성 문제로 가입을 망설이게 된다.

충남 부여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김은심씨는 올 여름 하우스에 상추를 심었다. 김씨는 “노지농사처럼 작물이 타죽는 일은 없었는데 기온이 높다보니 노화가 빨리 와서 수확량이 많이 줄었어요. 재해보험은 일단 가입비용이 비싸니까 가입한 적이 없어요. 보장내용을 잘 모르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홍천에서 노지농사를 짓고 있는 이해용씨도 “농작물보험 드는 건 과수하는 사람 말고는 별로 없어요. 올해는 국가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해요. 도시에선 도로에 물을 뿌리고 에어컨 누진세를 완화해주는 것처럼. 그런데 농민과 농작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다 한마디도 없네요”라며 씁쓸해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정책보험으로 NH농협손해보험의 상품이 거의 유일하다. 만약 올해 보험을 가입했다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었을까.

사과·배·단감·떫은감·인삼을 제외한 벼, 옥수수, 콩, 자두, 포도 등 보험이 있는 품목은 모두 폭염이 보장내용에 포함돼 있다. 폭염으로 인한 일소피해에 대한 보상은 보험에 가입했다면 받을 수 있다.

다만 과수 일부와 인삼은 폭염이 특약으로 설정돼 있어 가입 시 선택하지 않았다면 보장을 받을 수 없다.

엄태식 NH농협손해보험 차장은 “사과·배·단감·떫은감은 과수 보험료의 30~40%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4개 상품은 우박과 태풍이 기본으로 보장되고 봄 동상해, 가을 동상해, 집중호우, 일소, 나무보장은 특약으로 돼있다”며 “그런데 보험 가입시 이 내용을 모르고 특약을 들지 못하는 분들도 많아서 기본보험에 모든 보장내용을 다 포함시키고 가입자가 원하지 않는 내용을 빼는 것으로 가입형식을 바꾸는 것도 고려 중이다. 다만 정책보험 특성상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과수농가들은 보험조사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 몇 년 동안 보험에 가입했지만 단 한 번도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현장의 상황과 보험금 지급 기준의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씨가 없는 주머니병에 걸려도 정상과라고 한다”, “기후 때문에 생긴 병인데 약제시기를 잘 못 맞춘 탓이라고 한다”, “태풍피해도 바람이 시속 25km 이상이어야 하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이 많다”는 지적이다.

박경범 김천시농민회장은 “정부지원비중을 높이고 재해에 대한 조사기준을 현장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재해는 농가에 직접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농약 몇 개 주고 융자금을 내려줘서 될 일이 아니라 소득이 줄어든 만큼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축재해보험도 가금류를 제외한 축종은 폭염이 특약으로 돼있어 기후변화에 맞는 약관 조정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맞서 농업·농촌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해보험에 폭염을 기본적으로 보장하고 영세농가 보험지원 등 제도개선과 더불어 정부차원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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