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죽은 작물 … 올해 농사 망했다

농작물 1,700ha 피해
가축 490만마리 폐사

  • 입력 2018.08.11 21:16
  • 수정 2018.08.12 16:56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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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사상최악의 폭염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강원도 홍천은 공식적으로는 섭씨 41도의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한 곳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에 지난달 11일 이후로 꼬박 한 달 동안 비도 오지 않아 밭농사가 주를 이루는 홍천 농민들의 올해 농사는 말 그대로 망해버렸다.

지난 7일 강원도 홍천에서는 대부분의 밭작물이 폭염과 가뭄으로 고사해 있었다. 옥수수는 수확할 것도 없이 바싹 말라 죽어있다.
지난 7일 강원도 홍천에서는 대부분의 밭작물이 폭염과 가뭄으로 고사해 있었다. 옥수수는 수확할 것도 없이 바싹 말라 죽어있다.

농협에 고추를 내고 발길을 돌리던 용영옥씨는 올해 노지 밭에 고추, 들깨, 옥수수, 흰 콩을 심었다. 용씨는 “다 말라죽었다. 올해 고추가 없어서 가격은 괜찮다는데 팔 게 없어서 문제다. 오늘 겨우 11kg 냈다”며 “깨랑 콩은 다 타죽어서 차라리 안 심는 게 나을 뻔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작물은 멧돼지가 다 파먹고. 수입이 없어서 아무래도 빚을 내야할 것 같은데 올해 빚지는 농민이 참 많을 것 같다”고 덤덤히 말했다.

오후 2시 뜨거운 땡볕 아래 가지를 수확하던 송광호씨의 온 몸엔 굵은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먹고살라면 뜨거워도 어쩔 수 있나. 그나마 가지 밭에는 관수시설을 해놔서 열매가 잘 맺혔는데 옥수수는 다 죽어버렸다”며 “아무리 뜨거워도 비라도 오면 좀 나을 텐데 비도 안 오고…. 저수지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을 끌어올 데가 없다. 소 먹일 건초 사일리지 40개가 나오던 항옥(옥수수 재래종)밭에서 겨우 8개 나왔으니 딸 옥수수도 없는 건 말 할 필요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해냈다.

지난 7일 강원도 홍천에서는 대부분의 밭작물이 폭염과 가뭄으로 고사해 있었다.
지난 7일 강원도 홍천에서는 대부분의 밭작물이 폭염과 가뭄으로 고사해 있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의 농작물 피해면적은 지난 9일 기준 1,700ha에 달한다. 벼 25.4ha, 과수 876.7ha, 채소 365.9ha, 전작 97.5ha, 특작 396.8ha로 올 봄 동상해로도 속을 썩였던 과수의 피해가 특히 컸다.

그러나 정병석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기술서기관은 “일부 지자체의 조사와 달리 과수의 경우 단순히 시든 것은 밤에 기온이 내려가거나 비가 오면 시들었다 회복되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피해로 잡지 않았다. 올해 특별히 피해가 큰 것은 아니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농작물 피해규모가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축피해도 심각하다. 폭염에 폐사한 가축은 지난 9일을 기준으로 489만6,07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이 증가했다. 닭이 421만4,041마리로 피해가 가장 많았다.

잔인했던 폭염은 온열질환자는 물론 사망자까지 발생시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농림어업 관련 종사자 282명이 온열질환을 앓았고, 농업인 사망자 수는 7명이었다.

기록적인 고온에 가뭄까지 겹치자 농식품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계부처별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일단 지난달 27일 지원한 관정 개발, 간이급수시설 설치, 살수차 운영 등 급수대책비 30억원에 이어 8월에도 폭염을 해소할만한 충분한 강우가 없다는 예보에 따라 48억원을 추가 지급한다. 또 행정안전부, 국방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와의 협업으로 농업용수 지원에 나선다.

농촌진흥청은 배추·무·가축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현장기술지원단을 지난달 말부터 과수·식량·인삼·고추 등으로 확대했다. 농협은 ‘범농협 폭염대책’을 마련해 관수 장비 3,000대 지원 및 무름병 약제·영양제와 대체파종 종묘 50% 할인 공급, 폭염 예방에 사용되는 농기계의 면세유 40만리터를 추가 배정하고 계약재배 농가의 출하선급금 만기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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