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 무기계약직에 불공정 근로계약서 논란

“급식비·명절상여금·복지포인트, 예산부족으로 지급 안할 수 있다” 동의 요구
검역원측 “부적절 … 관련문구 삭제하겠다”
‘공직사회 틀에 박힌 업무처리 방식 … 사회적 약자에 감수성 부족’ 비판

  • 입력 2018.08.11 19:1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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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박봉균)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예산이 부족할 시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게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검역본부는 담당자가 ‘업무를 잘 하려다’ 벌어진 일일뿐 정규직과의 임금차별을 두려는 의도는 없다면서 해당 문구는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역지원요원으로 일한 용역노동자 85명을 지난 1월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급식비·명절상여금·복지포인트는 예산 부족 등으로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음에 근로자는 동의한다”는 문구가 있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토록 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개최해 공공부분의 비정규직 전환기준 및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방안 등을 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는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는데, 무기계약직 처우개선과 관련해 특히 복리후생적 금품(복지포인트, 명절상여비, 식비 등)은 불합리한 차별없이 동일하게 지급하라고 표준관리 규정안에 명시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지침을 시행하기 위해 검역본부는 200여명의 단기계약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무기계약직 전환 200여 명 중 문제가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이들은 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47명을 포함한 85명의 ‘검역지원요원’들이다.

검역본부측에서는 근로계약서에 ‘불필요한 문구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규정상 공무원 수당을 포함한 모든 수당이 기본적으로 예산 범위에서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근로계약서에서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들도 예산이 없으면 수당을 받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을 거론하며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도 설명했다.

윤영구 검역본부 경영지원과장은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을 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다만 근로계약서 상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불필요한 문구는 삭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248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경우 근로계약서 상에 검역본부와 같은 불공정한 문구는 없다. 김필성 방역본부 노조위원장은 “7월 1일자로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채용위원회를 구성해 근로계약서 등 법률적 검토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인 ‘복리후생비’에 관해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검역본부 내에 누구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던 것은 ‘공무원들의 틀에 박힌 업무처리 방식’이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 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농식품부지부장(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노조위원장)은 “예산이 다 확보된 상황에 검역본부가 이런 근로계약서를 작성토록 한 것은 잘못됐다”면서 “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공무원들의 틀에 박힌 경직된 일처리 방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판단된다.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공직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딘 감수성이 깨어나길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사회가 차별 없고 공정한 사회로 나가는데 공직사회부터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노조는 앞으로 공직사회 내에 있는 공무직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꾸준히 관심 갖고 연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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