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연속 인터뷰 ⑥ 남성민 진주시농민회 부회장

“농협 개혁, 결국 제대로 된 조합장 선출해야”
중앙회, 지역농협 눈치 보는 구조 필요 ... 전농, 제2회 선거 위한 조직적 태세 마련해야

  • 입력 2018.08.10 13:2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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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농협법 개정안 통과로 지난해 초 농협의 지주체제 전환이 완료됐다. 이후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농민·사회단체도 농협 적폐 청산을 요구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또한 국회가 개정 농협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만든 농협발전소위원회도 휴면 상태다. ‘농협 개혁’ 목소리가 잦아드는 형국이지만 “농협이 문제”라는 농민들의 성토는 여전하다. 매월 농협 전문가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농협 개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남성민 진주시농민회 부회장은 스스로도 힘에 부칠 정도로 여러 일을 하고 있다.

농민으로서 농사는 기본이다. 진주시농민회 부회장부터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진주텃밭’ 생산자 대표, 최근 조직한 한국유채생산자협회 사무총장, 우리영농조합 이사까지.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지만, 그가 이렇게 많은 감투를 쓰게 된 건 지역에서 협동을 통한 공동체경제의 전형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을 지속한 까닭이다.

원대한 포부는 10여년의 세월이 넘은 터라 다소 힘이 빠진 상태지만, 연대가 가능한 지역의 협동조합들을 묶어 연합회를 구성하는 사업과 다시 교육과 조직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농협 개혁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는 현재 진주진양농협 이사를 맡고 있다. 대의원부터 시작해서 감사, 이사까지, 그가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아올린 탄탄한 내공은 농협 개혁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진단할 적임자 중 하나임이 분명했다.

지난 8일 경남 창녕에서 열린 부산경남 농민 가족한마당 현장에서 그를 만나 농협 개혁을 위해 걸어온 고군분투를 확인했다.

- 농협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촌에 들어와서 2000년 중반 무렵 동네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을 부려먹자 싶어 이장을 시켰다. 당시 우리동네는 이장을 맡으면 지역농협 대의원을 겸임했다. 그전까진 농민회 상근자로 있어도 워낙에 복잡해서 농협을 잘 몰랐다.

책임을 맡으면 달라진다. 대의원이 됐으니 열심히 들여다봤다. 예산총회 자료를 보니 비상식적인 것들이 보였다. 우선 농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것부터 얘기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농협 직원들은 자녀 유학까지도 학자금을 주는데 농민조합원은 10원도 주는 게 없었다. 또 농협 창립기념일에 직원들은 보너스가 나가는데 조합원들은 며칠인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없더라. 상식적인 얘기부터 지적해나갔다.

당시엔 의욕이 앞서기도 했다. 총회가 보통 10시에 시작해 12시면 끝나고 밥 먹는 분위기다. 혹시 질문이 있어도 직원이 설명하면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예산의 맞지 않는 부분을 조목조목 따지니 오후 4시에 끝났다. 중간에 밥 먹고 하자는 분도 있었다. 나도 배가 고프더라. 이후엔 얘기를 집약하고 시간도 줄였다.

- 대의원부터 감사, 이사가 된 과정도 궁금하다.

대의원을 2년 하니 농협에서 대의원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들렸다. 일이 너무 많아서 이장은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대의원은 하겠다고 했다. 어느 날 보니 다른 사람이 대의원을 하겠다고 하더라. 농협의 입김도 있었을 것이다. 초미의 관심사였으니. 마을총회서 제일 나이 많은 어르신의 정리로 결국 대의원 2년을 더했다.

이후 이사 선거가 있었는데 떨어졌다. 5개면 통합농협이라 면별로 2명의 이사를 뽑는데 끝나고 나서 보니 지역사회고 다 아는 사람이라 돈을 썼더라. 황당했다. 이후 감사 선거가 있었는데 농민회원들은 또 떨어진다고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1표차로 당선이 됐다. 농협이 발칵 뒤집어졌다.

감사가 되자 곧바로 농협 직원이 양곡창고에 저장된 보리 3,500만원어치를 횡령한 사건이 터졌다. 바로 감사를 시작했다. 이어 수매철에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어묵을 끓여줬는데 이 비용이 면별로 100만원씩이다. 근데 10만원만 어묵 구입에 쓰고 나머진 조합장이 착복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적은 비용이지만 이참에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밤을 세가며 들여다봤고 결국 조합장의 카드깡까지 적발했다.

법인카드 사용한 금액을 전부 환입 조치하라고 검찰에 고발했다. 조합장이 돈은 토해냈지만 계속 소송만 할 수 없는 처지라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다음해엔 전무의 딸인 하나로마트 직원이 3,500만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터졌다. 감사를 맡고 3년 동안 1년에 한건씩 대형 횡령사고가 터졌지만 다 적발하고 수습했다. 또한 노동법이 주5일제로 바뀌면서 직원들이 연월차 수당을 줄이지 않았던 부분도 바로 잡았다. 우리 농협에서 정리하니 경남도는 싹 정리가 됐다. 또 지도사업비로 1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도 3~4억원을 남겨 당기순이익으로 잡는 것도 바꿨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 감사 선거에서 낙선하고 말았다. 농협에서 떨어뜨리려 작정을 했는데 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 임원 선거에서 결국 이사에 당선됐다.

- 현장에서 발로 뛰며 느낀 소회도.

‘우리 농협은 왜 이렇게 안 바뀔까’를 고민했다. ‘왜 농민조합원을 위한 농협이 아니라 직원들의 농협밖에 되지 않는가’를 고민했다. 깨달은 건 농민들은 농협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직원들은 농협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농민들은 문제를 지적하다가도 농사나 다른 일도 봐야하지만 직원들은 농협이 밥그릇이고 목숨 줄이니 어떤 문제건 사활을 걸고 대응한다. 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체의 준비 정도나 그 격차로 인해서 농민들은 농협과 싸움을 한다고 해도 결국엔 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전엔 직원들이 월급만 많이 받고 일을 안 한다고 날을 많이 세웠다. 지금은 직원들도 열심히 일한만큼 월급을 받아야 조합원에 혜택이 돌아오고 농협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이지만 직원도 구성원이고 한 주체인 것이다. 결국엔 조합원과 직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핵심은 조합장이다. 대의원 교육과 조직도 중요하고 이·감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농협이 제대로 되려면 조합장이 제대로 된 사람이 되거나 조합장이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농협의 뿌리에 마을영농회, 작목반이 있다. 지극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품목별로 잘 구성해서 이 사람들이 지역농협을 압박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농협 개혁에 있어 근본적 과제 중 하나다.

- 농협중앙회에 대한 진단도.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과의 경합도 문제지만 결국 수수료를 갖고 장사를 하니 문제다. 수익만 되면 마구잡이로 다 가져가려 한다. 또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얘기도 하는데 조합원 정리가 먼저다. 조합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선거운동이 제한되니 돈 선거가 창궐하고, 농협 이용 안 해도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니 돈 많이 주는 사람에 표를 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합원 직선제로 가야겠지만 일단 조합장이 뽑거나 이사·대의원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의 눈치를 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내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진주시농민회에서 조직적으로 치르려고 한다. 국정감사 때 농협 문제가 불거지면, 지역농협 문제도 이슈화해서 공중전을 벌여야 한다. 동시에 진주 13개 농협 조합장 중 악질적인 조합장은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 후보를 알리고, 또 잘하는 조합장은 칭찬도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농민회 이외의 농민단체 분들 중에 괜찮은 분들은 함께 모임을 꾸려 공동공약이나 정책을 준비해보려 한다. 제1회 선거 때는 개별적으로 대응하다보니 조직적 대응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아쉬운 건 전농 중앙에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이 공석이고 실무주체 중에 농협 담당이 없다는 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협동조합개혁위원회(협개위)가 활발히 운영됐다. 교육이 있으면 광주전남연맹의 경우 버스 2~3대로 올라왔다. 명맥이 끊긴 것이다. 지금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협개위 담당주체를 세우고 전농 중앙부터 지역까지 일사분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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