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일도 즐겁고 재밌게 하면 안 될까?

  • 입력 2018.08.12 13:08
  • 기자명 김순재 전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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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 전 조합장
김순재 전 조합장

최근 ‘기준금리가 올랐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덩달아 올해 상반기 금융기관들은 돈 잔치에 매우 바쁘다는 텔레비전 뉴스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4대 은행이 엄청난 수지를 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에 우리 농민들은 물론이거니와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냥 불편한 뉴스로 느꼈을 뿐이고 면밀히 분석해 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경제 흐름의 징조들이 정체되거나 악화되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유독 은행들만 수지가 넉넉해지고 있다니 자연스럽게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고 어찌 해볼 위치에 있지 않으니 그냥 불편한 뉴스로 넘어 갔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사업을 하면서도 은행들의 수지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고 수지가 늘어난 것이 아니고 존속조차도 힘든 농협들이 숱하게 존재하고 있다.

은행들의 돈 잔치, 지역농협엔 ‘그림의 떡’

은행 수지에 관한 보도를 접한 주변 사람들은 ‘은행들이 불경기 속에서도 돈 장사로 수익을 많이 냈다고 하네. 그 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한다고 하네. 농협도 은행이니까 수지를 많이 냈겠네. 농민들을 상대로 하는 농협이, 농민들은 어려운데 수지를 많이 내면 되겠나? 농협은 그리 좋은 조직이 아니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은데도 그리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농협의 사업을 어렵게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사실관계가 일부는 그럴 수도, 그와 비슷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인식될 근거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 인식의 흐름과 반대로 실제로는 다수의 지역농협들은 존립을 위협 받을 만큼 수지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 이번에 있었던 은행의 상반기 수지에 크게 기여한 것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다수는 이자를 지급함에 있어 ‘변동금리’를 선택했을 것이고 기준금리가 오르는 기점부터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이미 대출로 전환된 금액만큼의 은행수신은 기준금리가 오른 이후에도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약정된 예금이자만 주면 되니까 상당기간을 두고 그 차액만큼은 은행들에게 돈을 챙길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누군가가 예금이자를 1년 기준으로 2%를 받기로 하고 6월 1일에 예금을 했다면 6월 1일부터 그 다음해 5월 31일 만기까지의 예금이자는 기준금리 인상과 상관없이 2%이다. 또 누군가는 7월 1일에 돈이 필요해 4%에 대출받고 이자의 적용방식은 고정금리가 비싸니까 변동금리를 적용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8월 1일에 기준금리가 0.25% 올랐다면 은행 기준으로는 기존예금 고객에게는 약속된 2%의 이자를 지급하면 되고, 대출 고객에게는 7월은 4%로의 이자를 받고 8월부터는 4.25%의 이자를 받아가니 그 차액의 합산이 엄청나게 큰 것이 된다. 위 내용의 수익으로 4대 은행을 포함해서 상반기에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수지를 냈다는 것이다.

지역농협들도 그럴까? 몇몇 지역농협들은 감추기 바쁠 만큼 수지를 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다수 농협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 있었던 금융기관들의 돈 잔치는 90% 이상이 지역농협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임에도 농협은 덩달아 이미지만 망치는 그림의 떡을 얻은 것이다. 왜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이러한 현상들이 지역농협에 어떤 영향들을 끼칠 것인지 파악하지 않으면 농협의 사업들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자본의 규모화가 심화되는 시기에, 농업을 도외시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이 시기에 농민들은 협동조합을 강화시켜서 대응해야 함에도 농업협동조합에 영향력이 매우 큰 관리 책임자들에게선 도대체 위의 문제들을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은행들의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시기에 전국의 지역-품목농협 약 1,100여개 중에서 200위권(추정) 정도의 동읍농협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경영 위기에 처한 농협, 협동조합의 잘못

우리집은 조합원이 다섯 명이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지금은 네 명의 조합원이 있다. 1990년 필자가 농사를 시작할 무렵, 우리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조합원을 승계하여 혼자 조합원이셨고, 농사의 규모를 늘려가다 보니 필자도 조합원이 됐다.

오랫동안 어머니와 내가 조합원이었고, 시간이 흘러 농지 규모가 조금 늘어나면서 아내도 조합원이 됐다. 이어 조합장을 그만 둘 무렵 줄줄이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한 두 아들이 실질적인 독립경영을 하면서 조합원이 됐다. 두 아들과 아내가 사소하게 물어오는 농협 관련 일들이 귀찮기도 했지만 어느 날 내 기준으로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큰아들에게서 들었다.

농협의 박모 과장이 ‘보험실적이 부족해 대책보고서와 사유서(?)를 적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곧이어 들려오는 이야기가 ‘농협 직원 20여명이 모여 실적부족분에 대해 자아비판적인 내용으로 대책을 보고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필자도 동읍농협 조합장을 했지만 아들과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는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 내용을 듣고 지난 3년 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동읍농협의 공개된 자료를 보면서 그 내용이 왜 발생했는지 찾아봤다. 동읍농협 직원들이 보험의 부족분을 달성하기 위해 심리적인 압박을 받은 이유는 보험사업 목표치 대비 부족이 1차 원인이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상호금융의 정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구가 조금씩 줄고 상대적으로 산업생산성도 올라가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상호금융의 내용들이 증가하지 못하고 정체가 되니 보험과 카드 같은 사업들의 기본 자원들이 고갈되기 시작한 것이 원인으로 보였다. 그 원인들이 수지의 어려움으로 예측됐고 궁극에는 쥐어짜기 식의 사업 기법들이 현장의 농협 직원에게 강요된 것으로 해석됐다.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었던 필자로서는 박모 과장이나 윤모 과장보 외 20여명의 일들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전국 200위권의 지역농협의 상호금융 기본바탕이 줄어가는 심각한 현실은 200위권 이하의 900여 농협의 존립 기반의 침식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동읍농협이 저 지경이면 전국 900여 농협은 어떨까? 기존의 사업방식으로 버텨 왔다면 그 어려움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농협의 사업기반이 되는 조합원 수는 동읍농협 기준으로는 늘었지만 독립경영을 주장하는 우리집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결코 실질적인 내용이 늘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다.

위에 비실명으로 공개된 직원들은 주무가 보험이 아니지만 보험실적이 할당돼 있고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카드 실적도 할당돼 있다. 농협 직원은 실적이 부족하면 대책보고서를 만들 수도, 자기비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 바탕이 침식되는 상태에서의 대책 보고서가 무의미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들을 했다. 우리 사회의 총 통화량은 여전히 일정정도씩 늘어나고 있는데 유독 지역농협들은 왜 금융에서 경영위기에 몰리고 있을까?

이는 명백히 협동조합 전체의 잘못이다. 개별 법인들인 각 농협들은 운용을 지금처럼 해서는 해결 방안이 도저히 나올 수가 없다. 과거의 농협들은 예금을 받아서 예치만 했어도 수익이 발생했지만 지금의 금융은 이미 그런 시기가 지나간 지 오래됐다.

예금을 예치만 했어도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봐왔던 많은 농협 직원들은 대부분 지역농협 간부로 있고 그들은 지금의 어려움이 사실상 그들과는 상관없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농협의 중앙조직은 ‘상호금융 연합회’ 같은 조직의 구성으로 지역농협을 어려움에서 구출하지 않고 여전히 상호금융 잉여분을 농협은행에 맡기는 것을 암묵적 가용하고 있는 것이다.

창원 동읍농협과 조합원들이 의기투합해 ‘멧돼지 포획’ 사업을 진행하자마자 멧돼지 3마리를 포획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지역민들에게 일상의 흥미와 이익을 가져다 준 농협 사업이었다.
창원 동읍농협과 조합원들이 의기투합해 ‘멧돼지 포획’ 사업을 진행하자마자 멧돼지 3마리를 포획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지역민들에게 일상의 흥미와 이익을 가져다 준 농협 사업이었다.

‘멧돼지 포획’ 사업에 담긴 의미

사실 조합장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농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안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농협 이야기를 거의 안하는 편이다. 일만 하는 헐렁한 생활을 하고 농담이나 하고 다니다가 어느 날 동읍농협과 멧돼지 피해를 이야기한 뒤 우리 지역에 농협의 교육지원사업비로 멧돼지 포획틀을 설치하게 됐다.

농협은 영농에 피해를 끼치고 농민에게 위험성이 있는 멧돼지를 적극적으로 줄여서 농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을 것이고 필자의 기준으로는 농협이 그 사업을 시행하면 멧돼지가 잡혀서 농민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멧돼지는 고기가 있고 또 쓸개도 있으니, 사실상 오랫동안 사람들의 구역을 피했던 멧돼지의 숫자가 증가하여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오니 손봐줄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들은 즐거운 것이다. 멧돼지 잡이를 농민들의 취미 생활로, 산림과 경작지의 경계선에 포획틀을 설치하고, 포획시 인근의 농민들이 모여서 고기도 즐기고… 뭐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농협의 사업 진행을 지켜봤다. 실제로 제일 먼저 설치한 포획틀에는 엊그제 멧돼지가 세 마리나 잡혔다. 농업노동을 하면서도 농협과 이웃들과 어울려 즐거운 일들을 꾸미고 있는 가운데서 어려움에 처해지는 농업관련 조직들을 보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농협은 정보 수집 과정을 거쳤다. 포획틀로 멧돼지 포획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고, 가격과 운용 방식을 알아냈다. 이어서 농협은 이사회에 보고해 교육지원사업비 전용을 동의 받고, 영농회장들에게 신청을 받았다. 그 내용을 근거로 5개의 포획틀을 주문·제작하고, 지역 산세를 분석해 포획틀 운용을 책임진 농가들을 교육시켰다. 그리고 멧돼지 유인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포획에 성공한 것이다.

멧돼지는 먹이를 따라 이동하기에 산세를 보아서 동읍 전체에 포획틀이 5~6개 필요했고, 농협은 그에 맞게 공급했다. 이는 지역민에게 일상의 흥미와 이익을 가져다준 농협 사업이었다. 피해를 주던 멧돼지가 이익을 주는 대상으로 바뀌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런 사업도 집행을 하려면 치밀하게 계산을 해야 하는데 전체 농협 사업은 오죽하겠는가?

농협이 ‘멧돼지 퇴치’라는 소극적인 사업이 아니라, 민가와 경작지로 내려오는 멧돼지를 선제적으로 포획하는 것을 기안하고 집행하는 이 유익한 일을 하고 있으니 훌륭하지 아니한가? 그런 농협의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고, 궁극적으로는 농협이 어려움에 처한다면 안타깝지 아니한가? 조합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가 지금으로 보인다.

‘김순재의 농협 빗장풀기’를 매월 1회 연재합니다.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을 역임했던 김 전 조합장이 들려주는, 늘 곁에 있으나 잘 알지 못했던 농협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볼까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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