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뜯어먹는 소리

  • 입력 2018.08.04 23:2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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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먹방(먹는 방송)에 이어 농방(농사 방송)이 인기다. 최근 유튜브 등 1인 방송은 물론 TV에도 농업과 농촌을 다룬 컨텐츠가 쏟아지는 까닭에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보면 브라운관에 등장한 농촌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지금껏 TV에 등장한 대부분의 농촌은 여유롭고 느긋하며 초록빛이 싱싱한 갖가지 작물로 가득했으며, 풍경을 뒤로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일상인양 비쳐졌다. 이렇듯 방송에선 우리 농촌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에 일부에선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한편 최근 방영중인 ‘풀 뜯어먹는 소리’는 이전과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살아있는 농촌 생활을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 때문인지 출연자가 직접 농업에 도전하며 땀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이밖에도 모내기 후 더위를 식히기 위해 30분 거리의 슈퍼를 다녀오는 등의 일화는 열악한 농촌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필터링 없는 농촌 현실뿐만 아니라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구수한 말투의 중학생 농부 한태웅(16)군도 주목할 만하다. 16세의 어린 농부는 “농기계 다루는 법을 조금 더 익혀 나이가 많은 동네 어르신들의 농사일을 거들고 드론 운전을 배워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농업과 농촌이 마주한 여러 문제와 어려움을 담담히 얘기한다.

잔뜩 미화된 환상만으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족한 일손과 농촌 고령화, 도시와의 소득 격차 등 농업·농촌의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잘못된 정책과 대안들이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사를 더 많이 지어 대농이 되고 싶다는 어린 농부를 위해서라도 농촌이 소멸되지 않고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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