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방제 과정서 피해당하는 친환경농민

이해당사자들의 항공방제 공동관리 및 친환경 방제 고려해야

  • 입력 2018.08.03 13:55
  • 수정 2018.08.07 13:2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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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3일 전북 남원시 보절면 주민 한도희씨가 아침 8시 10분경에 보절면 진기리의 농지에서 촬영한 헬기 항공방제 장면. 항공방제 시 다량의 농약 살포로 사진에서처럼 옆 논까지 농약이 퍼지는 경우가 많다. 이날 오후에도 실제로 지역 친환경농지에 농약이 혼입되는 일이 벌어졌다. 남원 주민 한도희씨 제공.
지난달 23일 전북 남원시 보절면 주민 한도희씨가 아침 8시 10분경에 보절면 진기리의 농지에서 촬영한 헬기 항공방제 장면. 항공방제 시 다량의 농약 살포로 사진에서처럼 옆 논까지 농약이 퍼지는 경우가 많다. 이날 오후에도 실제로 지역 친환경농지에 농약이 혼입되는 일이 벌어졌다. 남원 주민 한도희씨 제공.

지자체에서 영농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항공방제 시 친환경농지에 농약이 혼입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혼입된 농약으로 인해 친환경인증을 취소당한 농가도 적지 않다.

최근 각 지자체들은 항공방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라북도 남원시도 그 중 한 곳이다. 남원시는 약 7,100ha의 항공방제 대상 면적에 11억8,215만원의 예산(남원시 6억7,095만원, 남원농협 1억 2,780만원, 지역농가 3억8,340만원 부담)을 투여해 지난해부터 대규모 항공방제를 실시 중이다.

남원시 보절면은 남원 전체 친환경인증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이곳은 타 지역에서 보기 힘든 반딧불이, 투구새우 등 각종 희귀생물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농업을 통한 생태보전이 잘 된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여름 해당지역에선 친환경인증을 취소당하거나 자진포기한 농가들이 생겼다. 항공방제 시 농약이 친환경농지에 혼입됐기 때문이다.

박종구 남원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지난해 남원시 농업기술센터와 남원농협이 진행한 항공방제 당시 2개 농가에 농약이 혼입돼, 해당 농가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농약을 치지 않았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인증 취소 처분을 당했다”며 “그럼에도 남원시는 올해도 지난해와 다를 바 없이 고독성 원액 농약을 헬기에 담아 농약을 치는데, 해당 농약은 뿌릴 시 근처에서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독한 농약”이라 밝혔다.

지난해와 같은 상황을 막고자 지역 주민들은 올해 항공방제에 앞서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및 남원농협 관계자들, 마을 이장 등과 협의해 지적도를 만들고, 친환경농지는 농약 살포 대상에서 확실히 빼기로 했다. 아울러 항공방제 시 이해당사자들이 반드시 함께 모여 확인·감시하는 내용도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보절면 진기리 진목마을의 농지에서 항공방제를 실시하던 중, 농약이 친환경농지에 혼입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남원농협에서 헬기 원격조종사와 농약 관리자가 와서 작업을 진행했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최소한 지적도를 보며 정확히 어디에 뿌려야 할지 지정할 남원농협 및 농업기술센터의 어떤 책임자도 함께하지 않았단 것이다.

지난 1일 전북 남원시 보절면 주민 한도희씨가 지난달 23일 남원시의 항공방제 과정에서 농약이 혼입된 걸로 알려진 농지 앞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항공방제 과정에서 일반농지(사진 왼쪽 농지)에 농약을 뿌리던 중 바로 옆(사진 오른쪽 농지) 친환경농지로 농약이 혼입됐다.
지난 1일 전북 남원시 보절면 주민 한도희씨가 지난달 23일 남원시의 항공방제 과정에서 농약이 혼입된 걸로 알려진 농지 앞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항공방제 과정에서 일반농지(사진 왼쪽 농지)에 농약을 뿌리던 중 바로 옆(사진 오른쪽 농지) 친환경농지로 농약이 혼입됐다.

보절면 친환경농민 한도희씨는 “항공방제 과정에서 친환경농지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언제나 상존하기에, 해당 농지에 깃발을 꽂고 남원농협,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논의했건만, 그럼에도 관계자들도 동행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항공방제를 하다 이런 사고가 났다”며 “피해 입은 농지 농민은 해당 필지의 친환경인증을 포기한 상태”라 밝혔다.

지역 친환경농민들은 궁극적으론 친환경 약재를 통한 항공방제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물론 친환경 약재는 고독성 농약 대비 약효가 약한 것도, 따라서 약효를 보기 위해 대량구매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고독성 농약의 반복적 항공방제로 인한 지역 생태계 오염, 농약의 광범위한 비산으로 인한 인근 친환경농가 피해 등을 생각할 때, 최소한 친환경농지가 포함된 구역에서만이라도 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지역 친환경농민들의 주장이다. 남원시도 일단 친환경 약재 사용을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지역 농민들 중 일부가 이에 반발한다는 점이다. 박종구 회장은 “우리가 친환경농지 인근 관행농지엔 친환경 약재를 뿌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일부 농민들은 ‘니들이 뭔데 우리 논밭에 농약도 제대로 못 뿌리게 하냐’고 비난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박 회장은 "한 주민은 드론을 자비로 사서 주변에 농약을 뿌렸는데, 그에 대해 친환경농가가 입을 수 있는 피해문제를 언급하자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단기적으론 친환경 항공방제 시행이 중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론 친환경농업 그 자체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지자체와 정부의 제대로 된 교육과 홍보가 농민 및 농협직원, 공무원들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친환경농가와 관행농가 간 이해도 깊어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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