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장관자리의 가벼움

  • 입력 2018.08.03 13:29
  • 수정 2018.08.03 14:1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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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사]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주요 공직자 인선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오랜 시간 재벌 대기업과 싸워 온 전력을 인정받아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시민운동가, 국내 지지기반 없이 실력만으로 첫 여성 외교부장관으로 지목된 UN 출신의 외교관 등을 본 여론은 새 정부의 기조에 어울리는 신선한 인사들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앞서 예를 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각각 신상 문제로 청문회에서 맹공을 받는 와중에도 여론조사에서는 과반수가 임명을 찬성했고, 이례적으로 정부 내부에서 지지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임명 이후 실제로도 국민들은 여러 가지 사안에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그에 반해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의 인사는 예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관료 출신이거나 국회의원 출신, 혹은 둘 모두를 겪은 사람들이 보통 농식품부 장관직을 맡아왔고 새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앞선 사례들처럼 수장직의 인선이 개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문재인정부 농업 홀대의 시작은 이 당시의 장관 인선부터 예상됐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뻔한 인사 때문에 눈을 크게 뜰만한 농정개혁은 없을 것이라 예견됐고, 실제로도 그랬다. 문재인정부의 첫 농식품부 장관은 당장 청문회서부터 농정개혁 의지 위주의 자질 문제가 언급됐다. 취임 직후 본인과 농민운동가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농정개혁위원회(농개위)’를 만들겠다고 밝혀 불안감을 해소하는 듯 했으나, 농개위는 이름뿐인 공청회를 열며 시간만 허비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농민들은 그의 정책에서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를 더욱 또렷이 알 수 있었다. 능력과 의지의 문제와 별개로, 정치권에서 인선이 이뤄지는 경우 직무 연속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농식품부는 1년을 겨우 채우는 한해살이 장관들이 유독 많이 배출되는 부서 중 하나다. 가장 최근의 장관부터가 도지사 출마를 위해 9개월 반 만에 자리를 내놨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원내 1당 지위 사수를 위해 현역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강력하게 자제시켰고, 결국 중앙에서는 유력 후보였던 이개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대신 김영록 당시 장관이 출마했다. 농식품부 장관직의 무게와 함께 정치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농식품부 장관 인사로 지목된 이개호 의원 역시 지역구의 지지기반을 갖춘 현역 2선 국회의원이고, 오는 2020년에 치러질 21대 총선을 포기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임기는 최대 1년 5개월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그가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목표를 갖고 장관직을 수행할지에 대해 농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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