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역설 … 남아도는 애호박 ‘산지폐기’
폭염의 역설 … 남아도는 애호박 ‘산지폐기’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8.08.01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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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주렁주렁, 소비는 뚝
‘20개에 500원’ 기록적 폭락
화천군, 산지폐기 지원 나서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혹독한 폭염으로 대다수 농민들이 작황 부진을 우려하고 있지만 성출하기를 맞은 애호박은 정 반대의 상황에 처했다. 생산이 늘고 가격이 폭락하자 주산지인 강원 화천군(군수 최문순)에선 대대적인 산지폐기가 이뤄졌다.

생산비를 건지지 못할 정도로 애호박 가격이 폭락하자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에서 산지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의 공터에서 한 농민이 쏟아버린 애호박을 보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생산비를 건지지 못할 정도로 애호박 가격이 폭락하자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에서 산지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의 공터에서 한 농민이 쏟아버린 애호박을 보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애호박 농가의 여름은 쉴 틈 없이 자라는 호박을 매일 수확해 출하하는 일로 분주하다. 최근엔 일조량이 늘자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계란 만하던 애호박이 다음날이면 출하 가능해질 지경이다.

그러나 소비지의 상황은 반대다. 애호박은 주로 가정이나 급식에서 찌개·볶음요리에 쓰는데 폭염에 휴가철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손길이 멀어지고 있다.

생산이 늘고 소비가 줄자 자연히 가격은 폭락했다. 가락시장 애호박 경락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박스(20개, 8kg)당 1만원 아래로 떨어져 하순엔 5,000원 안팎을 기록했다. 2만원에 육박했던 지난해 가격과 비교하면 반의 반토막이다.

특히 비인큐(비닐포장을 하지 않는) 농가가 대부분인 강원지역 애호박은 1,000~2,000원대의 극심한 가격 붕괴에 직면했다. 박스값만 870원인데 경락가가 500원이 나오는 일도 발생했다.

생산비를 건지지 못할 정도로 애호박 가격이 폭락하자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에서 산지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의 공터에서 한 농민이 쏟아버린 애호박을 보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생산비를 건지지 못할 정도로 애호박 가격이 폭락하자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에서 산지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의 한 애호박밭에서 수확해 그대로 버린 애호박이 곳곳에 놓여 있다. 

이에 화천군에선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산지폐기 지원을 실시했다. 화천군은 전국 노지애호박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지역으로, 2013년 애호박과 오이에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조례가 발동한 것이다.

폐기지원금은 박스당 4,000원. 군과 농협이 절반씩 부담했다. 군내 130여호 대상농가 중 115호가 참여해 나흘간 총 2만1,294박스, 약 170톤을 폐기했다. 자율적으로 진행한 폐기임에도 대다수 농가가 참여할 만큼 상황은 급박했다.

화천 애호박 농가 장춘순(45)씨는 “애호박은 매일 따지 않으면 굵어져서 못 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호박에만 매달리는데 수익까지 마이너스가 되니 정말 힘들다”며 “그나마 산지폐기를 하면 별도의 포장·출하작업 없이 따기만 하면 된다. 남는 시간에 고추 등 다른 작업이라도 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해야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인근의 농가 배정순(66)씨는 “30년 호박농사 지으면서 올해 같은 폭락은 처음이다. 첫 출하부터 계속 가격이 올라오지 않는다. 5월부터 파종해 이만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냥 버리자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속상해했다.

산지폐기는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000원대를 전전하던 화천지역 애호박 가격이 현재 5,000원대 이상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여전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데다 성출하기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화천군은 향후 가격상황에 따라 추가 폐기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며, 강원지역 지자체들은 합동으로 근본적인 수급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생산비를 건지지 못할 정도로 애호박 가격이 폭락하자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에서 산지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의 공터에서 한 농민이 쏟아버린 애호박을 보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생산비를 건지지 못할 정도로 애호박 가격이 폭락하자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에서 산지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의 한 공터에 쏟아버린 애호박이 누렇게 익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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